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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5년 전 수사 가이드라인 운운했던 그들... '조국 구하기'에 법원도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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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감찰 중단은 민정수석의 권한"... 법원 압박 논란
"정윤회 사건 때 반발하더니 입장 바뀌니 똑같은 짓"
"‘검찰 개혁’ 프레임으로 현 정권 수사 무력화 시도"

조선일보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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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직후 청와대는 "(검찰의) 구속영장이 정당하고 합리적인지는 법원이 판단할 것"이라며 "당시 상황에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지, 소속 기관에 통보해 인사 조치를 할지는 민정수석실의 권한"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여의도 정가(政街)와 법조계에서는 "법원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청와대의 "정당한 절차, 적법한 권한"이라는 주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이미 깨진 셈이다. 조 전 장관도 지난 16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변호인을 통해 "정무적 최종 책임은 나에게 있다"면서 정치적 책임은 있어도 법적 책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의 권한을 넘어 부하 직원들에게 하지 않아야 할 일을 시켰다고 결론냈고,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조 전 장관 등 여권은 법원의 판단을 받은 뒤에야 누구 말이 맞는지를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법원을 향해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유재수 감찰 무마, 울산시장 선거개입 등으로 궁지에 몰린 청와대가 조국을 구하기 위해 법원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며 "청와대는 국가기관이고, 공직자들이기 때문에 조 전 장관을 옹호하고 대변할 게 아니라 범죄 혐의에 대해 냉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는 "청와대 대변인 입장은 대통령의 입장인데, 이는 대통령이 직접 ‘조국은 죄가 없다’고 말한 것이나 다름없어 법원이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청와대는 법원이 법리를 충분히 따져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할 수 있도록 차분하고 신중하게 기다리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야당 한 관계자는 "유재수는 뇌물을 받아 구속됐으니 민정수석실은 이미 제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게 드러난 셈"이라며 "법적으로 어떤 판단을 받든 청와대는 국민들 앞에 송구스럽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오만함의 극치"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4년 12월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이번에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것은 어떤 의도인지 모르지만,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 문란 행위”라고 했다. /뉴시스


5년 전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 청와대를 향해 맹공격을 퍼부었다. 2014년 말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건’ 때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정윤회씨 등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 보다는 청와대 문건이 무단으로 유출된 것이 더 문제라는 반응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은 "문건 유출은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면서 "이런 공직기강 문란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적폐 중 하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내용의 진위를 포함해 이 모든 사안에 대해 한 점 의혹도 없이 철저하게 수사해 명명백백하게 실체적 진실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했다. 국정농단 의혹을 국기문란 의혹으로 덮으려는 정치적인 시도였고,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었다. 이때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의) 말씀이 문건 유출에 포인트가 맞춰줘 있다는 점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었다.

여권이 사안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호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먼지털기식 수사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자 영장 청구로 검찰 개혁에 대해 화풀이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에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은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라면서 "여권이 두 사건을 연결시키며 본질을 흐리고 있는 것은 결국 자신들의 잘못을 수사하지 말라고 검찰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홍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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