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근거도 없이…정부, 공시가 현실화율 9억 이상만 확 올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12 16 대책 후폭풍 ◆

정부가 내년 부동산 가격공시를 할 때 시세 9억원 이상 주택을 중심으로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반영률) 목표치를 정하고 공시가격을 집중적으로 끌어올린다. 현실화율 목표를 가격별로 차등화해 30억원 이상 아파트는 현실화율이 80%까지 오르는 등 고가 주택일수록 공시가가 많이 오르게 된다. 결국 이렇게 공시가를 올리면 보유세가 커지게 되므로 소유자는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 문제는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따져본 결과 가격대별로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가 그동안 줄기차게 고가 주택의 공시가격이 저가 주택보다 시세를 덜 반영하고 있어 공시가격을 더 끌어올려야 공평해진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가격대별 공시가 현실화율이 엇비슷한 점을 고려하면 결국 정당한 논리나 이유 없이 고가 주택에 세금 폭탄을 터뜨렸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국토교통부가 17일 발표한 '2020년 부동산 가격공시 및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 방안'에 따르면 내년 공동주택과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은 시세 9억원 이상을 위주로 오르게 된다. 아파트는 △시세 9억원 이상~15억원 미만은 목표 현실화율이 70% △15억원 이상~30억원 미만은 75% △30억원 이상은 80%다.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은 평균 68%였다.

그런데 국토부가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분석한 결과, 가격 구간별로 67~69%대로 비슷하게 나왔다. 예를 들어 3억원 미만 아파트의 현실화율은 68.6%이고, 15억원 이상~30억원 미만 아파트 현실화율은 67.4%로 큰 차이가 없다. 30억원 이상 아파트는 69.2%로 오히려 가장 높았다. 가격과 상관없이 시세 반영분은 비슷한데, 정부가 고가 아파트만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아무 이유나 근거도 없이 9억원 이상이라고 공시가를 올려서 세금을 더 물리겠다는 발상은 자유시장경제에선 나올 수 없는 것"이라면서 "세율 조정을 통한 세금 부담을 국회에서 법률로 정하라는 조세법률주의에도 어긋나며 위헌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표준단독주택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발견된다. 국토부는 단독주택에 대해서도 시세 9억원 이상 주택을 위주로 현실화율을 5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9억원 미만의 집은 올해 현실화율을 내년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단독주택도 시세 구간별로 따지면 올해 현실화율이 52~54%로 비슷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장기 로드맵상으로는 하나의 현실화율 목표치를 향해 공시가격이 인상되기에 궁극적으로는 형평성을 맞추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손동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