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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박재희 칼럼> 비정규직 공무원 처우 개선에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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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 사태 이후, 구직난이 심화되고 비정규직 근로자가 급증하면서 이들의 보호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호응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파견법),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기간제법), 채용절차 공정화에 관한 법률(약칭: 채용절차법) 등이 제정됐다.

기간제법은 기간제 근로자를 2년을 초과 사용할 경우 정년제 근로자로 전환하고 기간제 근로자임을 이유로 정당한 사유없이 근로조건 등에 있어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채용절차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채용 과정서 거짓과 부당함이 없도록 하고 구직자에게 부담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이 법률들이 마련됨으로써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법률적 기반이 조성됐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권익을 보장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법률의 취지가 충분히 반영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와 고용안정, 공정한 채용 절차 확보에 일정한 성과도 있었다.

그런데 정작 국가가 사용자인 비정규직 공무원에게는 이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에 상응하는 조치도 없는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 비정규직 공무원의 처우는 나이지지 못했다. 임기제 공무원은 최장 5년 동안 근무할 수 있다.

민간 비정규직 근로자가 2년인 것에 비해 2배 이상 길다. 5년이 만료된다고 해서 무기계약직 공무원이 되는 것도 아니다. 계약기간 종료로 면직이 되거나 본인이 근무했던 자리에 채용공고가 나면 지원을 해서 합격해야 한다. 합격을 하면 해당 직급의 1년차 보수를 적용받아 임금이 저하되는 사례도 있다.

민간사업장이나 공공기관에는 2년 이상 근속한 기간제 근로자를 최소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했으면서 임기제 공무원은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을 근무했어도 계속 비정규직이라는 것은 노동법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다.

공무직 근로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정부에선 '공무원이 아닌 기간제 근로자'인 공무직 근로자라는 제도를 두고 있다. 최근 채용공고를 살펴보면 이들의 기본급은 최저임금을 갓 넘으며 여기에 급식비, 명절상여금 등 월평균 20만원가량의 수당을 더 주는 정도다.

심지어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를 기본급 '273만원 이상'을 명시해 공무직 근로자로 채용하겠다거나 특정분야 통계 전문가를 기본급 220만원 선에 채용하겠다는 공고를 낸다. 높은 수준의 학력, 경력, 자격증 등을 조건으로 명시해 채용하면서 실질적인 수령액은 이제 갓 공직에 입문한 9급 공무원 급여와 비교할 만한 정도의 저액이다.

기간제법에선 동일·유사한 근로를 하는 정년제 근로자와 기간제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 만약 어떤 기업서 '직원이 아닌 기간제 인력'이라는 명칭을 신설해 더 적은 급여와 복리후생을 적용한다면 국가는 이를 허용하는가? 그런데 국가기관은 왜 예외를 두는지 의문이다.

이상의 것들보다는 사소하지만 채용 절차법에서는 원칙적으로 응시자들에게 응시료를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공무원 공개채용은 여전히 응시수수료를 받는다. 법률을 제정해 민간기업은 응시 경비를 받는 것을 금지하고서 공무원은 별도 법령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다.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게 비정규직 근로자와 취업준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부담을 주지 말라고 하는 것과는 별개로 국가서도 이에 준해 솔선수범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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