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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아웅산 테러' 때 구사일생 이기백 전 국방장관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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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이기백 전 국방부 장관 별세
[합참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북한의 아웅산 테러 때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이기백 전 국방부 장관이 16일 오전 9시 20분 별세했다. 향년 88세.

1931년 충남 연기군(현 세종시)에서 출생한 고인은 1952년 1월 육사 11기로 입교한 후 1955년 9월 육군 소위로 임관했다. 1군단장, 제2작전사령관, 육군참모차장에 이어 제19대 합참의장과 제24대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육사 동기지만, 11기가 주도한 군내 사조직 '하나회'에 가입하지 않았다. 당시 하나회 출신들의 독주가 심했지만, 비하나회로 대장까지 진급했다.

1983년 합참의장 재직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 수행원으로 미얀마 아웅산 묘소 참배 때 북한 공작원의 폭탄 테러로 다쳤다. 이 테러 사건으로 전 전 대통령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서석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 등 공식 수행원 및 보도진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고인은 당시 머리와 배에 파편이 박히고 다리가 서까래에 깔려 크게 다쳤지만, 정복 좌측 가슴에 단 합참휘장이 파편을 막아내 살았다. 당시 중위였던 그의 부관(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이 2차 폭발의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가 피투성이가 된 고인을 둘러업고 구조했다.

10시간 이상 수술 끝에 깨어나 부관에게 "대통령은 무사하시냐?"라고 질문한 것은 두고두고 군인의 표상처럼 회자했다. 귀국 후 그의 정복은 육군사관학교에 기증돼 육군사관학교 박물관에 전시됐다.

합참은 "고인은 합참의장 및 국방부 장관 재임 중 즉각 전투태세를 완비한 가운데 '총력안보태세 강화'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며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강력한 연합방위태세를 확립해 1986년 아시안 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보장했다"고 평가했다.

국방부 장관 재직 때인 1986년 북한 금강산댐의 수공 위협을 빌미로 평화의 댐 건설 계획을 발표한 4부 장관 합동성명에 참여했다. 온 국민의 대대적인 성금 모금까지 진행됐던 '금강산댐 사건'은 1993년 감사원 특별감사에서 정치적 궁지에 몰린 전두환 정권이 위기돌파용으로 치밀하게 준비한 '조작사건'으로 드러났다.

고인은 군 생활을 마치고 숱한 정치권 입문 제의가 있었으나 뿌리쳤다. 보국훈장 삼일장, 보국훈장 국선장, 보국훈장 통일장, 수교훈장 광화장 등 다수의 훈장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전경연 씨와 1녀가 있다. 빈소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02-2258-5940). 영결식은 18일 정오 서울현충원에서 합참장(葬)으로 치러진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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