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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셀코리아에도 웃는 종목-카카오·삼바·F&F(삼성바이오로직스)…외국인 실적株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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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의 ‘코스피 엑소더스’가 심상찮다. 11월 한 달간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은 30억2500만달러(약 3조5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주요 10개 신흥국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12월 들어서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팔자’ 행렬은 계속 이어졌다. 12월 첫 주에만 외국인은 1조원이 넘는 순매도 물량을 쏟아내며 냉담한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 매도세에 11월 말 기준 코스피 수익률(지난해 12월 말 대비)은 톰슨로이터 주요 지수 72개 중 65위를 차지해 최하위권으로 추락했다.

가장 큰 원인은 모건스탠리캐피털(MSCI) 신흥시장(EM)지수 재조정(리밸런싱)이다. 11월 26일 MSCI는 중국A주(중국 본토 증시 상장주식)의 EM지수 3차 편입에 따른 지수 정기 변경을 단행했다. 그 결과 EM지수 내 한국 기업의 비중이 줄어들었고, MSCI EM지수를 추종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기계적으로 한국 증시 투자 규모를 축소했다는 분석이다.

북미 간 긴장 고조에 따른 우려도 악재로 작용했다. 최근 북한과 미국은 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강대강’ 대치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최대 요인으로 꼽히는 북한 리스크가 다시 한 번 외국인 주머니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미중 무역갈등도 외국인 투자자의 불안감을 키웠다.

첩첩이 쌓인 악재 속에서도 긍정적인 것은 12월 둘째 주 들어 외국인 매도세가 잦아들었다는 점이다. 20일 넘게 매도를 이어가던 외국인 투자자는 12월 6일에는 430억원 순매수로 돌아섰고, 12일에는 178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MSCI 관련 매도가 11월 외국인 수급 이탈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해당 이슈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12월 이후에는 외국인 순매도가 주춤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한 달여간의 매도 우위 속에서도 외국인이 담은 종목이다.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비중을 늘렸다는 것은 그만큼 그 종목의 투자가치가 높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셀코리아’가 본격화된 11월 이후 외국인 순매수 상위 리스트에 오른 종목을 살펴보면 카카오, 삼성전기, 스튜디오드래곤, 삼성바이오로직스, LG전자, F&F, 엠씨넥스, 하나금융지주 등 특정 업종에 치우치지 않고, 실적 개선이 눈에 보이는 종목을 집중적으로 담았다.

매경이코노미

외국인 투자자는 20일 이상 이어진 ‘셀코리아’ 속에서도 실적 개선과 수익성 향상이 본격화되고 있는 카카오를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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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2600억원 순매수

▷수요 확대 전망 5G 관련주 눈길

국내 주식 덜어내기가 이어진 와중에서도 외국인 주머니를 열게 한 종목은 뭘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월 1일부터 12월 11일 사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카카오다. 삼성전자(-1조3214억원)와 SK하이닉스(-6247억원), 셀트리온(-2593억원), 현대차(-2527억원) 등 코스피 시총 상위 대형주를 대거 던지면서도 카카오는 261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카카오는 금융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수익 개선이 본격화되고 있다. 올 3분기 카카오는 매출 7832억원, 영업이익 591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최대 매출이며 영업이익은 2015년 이래 가장 높다. 카카오 주가는 올 들어 50% 가까이 상승했다. 9월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며 주가가 주춤하자 외국인은 카카오를 집중적으로 담았다.

2020년 전망도 밝다. 톡보드(카카오톡 채팅목록 상단 광고) 도입 효과가 성과를 내고 유료 콘텐츠 매출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카카오 금융 플랫폼 구축도 마무리 단계다. 윤을정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페이 거래액과 이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 커머스 플랫폼과의 연계 효과가 기대된다. 금융 서비스 수익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카카오뱅크 최대 주주 지위 확보, 바로투자증권 인수, 삼성화재와 모바일 보험 제휴 등 테크핀 산업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사업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5G 수혜주로 꼽히는 삼성전기와 엠씨넥스도 외국인의 러브콜을 받았다.

삼성전기는 ‘전자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관련주 가운데 대장주로 꼽힌다. 올해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IT 제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MLCC 부품의 공급과잉으로 관련주 주가가 부진했다. 하지만 2020년에는 5G 스마트폰 수요가 크게 늘 전망이어서 업황 회복과 함께 실적 반등이 기대된다. 5G 스마트폰의 경우 4G 스마트폰 대비 MLCC 탑재량이 20~30% 늘어난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세계 5G 스마트폰 출하량은 올해 1100만대 수준에서 내년에는 1억9000만대로 약 17배 급증할 전망이다.

올 상반기 지지부진했던 주가도 8월 7일 연간 저점인 8만4100원을 찍은 뒤 바닥을 치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2월 11일 기준 삼성전기 주가는 11만85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11월 이후 1692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엠씨넥스도 외국인 순매수 종목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유튜브 등 1인 미디어의 성장과 고화소·다기능 카메라 수요의 증가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멀티 카메라 채택이 보편화되고 있다. 원동은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 후면에 들어가는 평균 카메라 수는 2019년 1.8개에서 2023년 2.4개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엠씨넥스의 가파른 주가 상승세는 5G 스마트폰 관련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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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 대장주 적극 투자

▷미디어·바이오·의류株 골라 담아

외국인 투자자는 각 업종별 대장주에도 눈독을 들였다. 미디어 대장주인 스튜디오드래곤(969억원)을 비롯해 바이오 대장주 삼성바이오로직스(913억원), 의류 대장주 F&F(736억원) 등이 장바구니에 담겼다.

국내 최대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강력한 콘텐츠 경쟁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몸집을 불려가는 중이다. 2017년 2867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3796억원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3분기 만에 누적 매출 3712억원을 기록해 이미 지난해 실적에 근접했다. 최근 가장 두드러지는 행보는 세계 최대 OTT 사업자 넷플릭스와의 전략적 제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2020년부터 3년 동안 전 세계 넷플릭스 회원들에게 공급될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메이저 스튜디오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다.

실제 스튜디오드래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17년 23.4%였던 수출 비중은 2018년 29.1%, 올 들어서는 3분기 기준 34.7%를 차지했다. 한상웅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넷플릭스와의 제휴는 아시아 중심으로 확보한 국내 콘텐츠의 경쟁력이 글로벌로 확대되고 있음을 입증한 사례”라며 “향후 OTT 사업자 확대와 수급 경쟁에 따른 최대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악재를 털어내고 바이오 대장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 10월 대법원이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증권선물위원회의 1·2차 제재 모두에 집행정지를 확정하며 불확실성을 완화했다. 이어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25.5% 증가한 236억원의 영업이익과 1848억원의 매출액이라는 깜짝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에 탄력이 붙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10월 이후 20% 넘게 상승했다.

2020년에는 기존 공장의 안정적인 가동률을 바탕으로 더욱 가파른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올해 실적 악화의 원인 중 하나였던 정기 보수도 예정돼 있지 않다. 이달미 SK증권 애널리스트는 “2020년에는 2공장과 3공장 가동률이 상승하면서 전체 매출 성장세를 견인할 전망이다. 분식회계 이슈와 관련해 최근 임직원 8명에 대한 형이 확정돼 불확실성은 점진적으로 해소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시작된 실적 턴어라운드는 2020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F&F는 ‘디스커버리’ 선전에 힘입어 영원무역을 제치고 의류 대장주로 자리매김했다. 아웃도어 시장 침체 속에서도 디스커버리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스포츠 캐주얼 브랜드 MLB 역시 면세점을 중심으로 매출이 무섭게 증가한 결과다. 3분기 MLB 매출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약 90%로, 올해 연간 누적 성장률 60%를 웃돌 전망이다. 대표 제품인 모자뿐 아니라 MLB 신발도 ‘플레이볼’ 인기로 올 4분기 20만켤레 이상 판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증권사 리서치에서는 목표주가 상향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F&F의 3분기 영업이익은 3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3%나 증가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의류, 신발, 모자 등 모든 제품의 판매량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스트레치엔젤스 등 신규 브랜드의 해외 진출로 상승동력을 마련한 데다 2020년 MLB 매장 확대에 따른 중국 사업 본격화로 실적 증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8호 (2019.12.18~2019.12.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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