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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e갤러리] 텍스트가 사라진 세상…송수민 '하얀 조각으로부터 시작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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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작

글을 빼버린 뒤 덩그러니 남긴 이미지

변질·왜곡된 현상에 대한 조합·재구성

'하얀자국'으론 차단한 세상 추측케 해

이데일리

송수민 ‘하얀 조각으로부터 시작된 풍경’(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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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똑똑 잘린 ‘편집한 풍경’이 한 폭 그림에 펼쳐졌다. 산이 보이고 물이 보이고 밭이 보이는 풍경. 그 아래 다시 산이 보이고 물이 보이고 밭이 보이고. 특이한 것은 풍경을 가린, 허옇게 지워버린 흔적이다. 어떤 의미인가 골몰하는 사이 작품명이 보인다. ‘하얀 조각으로부터 시작된 풍경’(2019)이란다.

젊은 작가 송수민(26)의 작업은 수집에서 시작한다. 경험한 적 없는 사건이나 풍경, 사물 이미지를 모은단다. 주로 인터넷·SNS에서 검색한 기사·사연 등인데. 무조건 가져다 놓는 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텍스트를 빼버렸을 때 덩그러니 남은 이미지가 얼마나 변질·왜곡되는지를 보이고 싶었다니까.

이미지는 물감을 올리고 사포로 갈아내는 과정을 3∼4회 거쳐 ‘만든다’. 문질러 대니 각 장면이, 오래전 촬영한 사진이 그렇듯, 비슷한 색과 톤의 한 풍경이 되더란다.

그렇다면 저 하얀 자국은 뭔가. 보는 이의 시선을 차단하는 아니, ‘확대하려는’ 장치가 아닐까. 벽인 양 구름인 양 잘라낸 공간에 담겼을 원초적인 세상을 추측케 하는. 마치 사라진 텍스트 자리를 남겨두듯이, 다른 이야기를 끌어내고 또 연결하는 도구로 말이다.

누구도 상상하지 않은 상상, 실험하지 않은 실험이 꽉 들어찬 작품이다.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6길 아트사이드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하얀 자국’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290×140㎝. 작가 소장. 아트사이드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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