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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김종탁의 퍼스펙티브] 전면 도입은 시기상조…간부 ‘모병 비중’은 점차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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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연, 단계적 모병제 전환안 제시

안보 상황, 전력 구조, 인구 고려해야

당분간 징병제 폐지는 어려울 듯

경제적 부담과 국가 경쟁력도 봐야



총선 앞두고 또 제기된 모병제 전환 논란



중앙일보

특수전 학교(경기도 광주)에서 지난 9월 열린 ‘특전 부사관 50기 4차 임관식’에서 특전 부사관들이 힘차게 경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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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모병제(募兵制) 전환 방안이 처음 거론된 시기는 노무현 정부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모병제 전환 논란은 병사들의 의무복무 기간(당시 24개월)을 단축하는 방안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출산율 하락에 따른 병역자원 부족 등의 이유로 의무복무 기간은 21개월 선에서 단축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 이후 선거 때마다 모병제 전환이 논란이 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근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단계적 모병제 전환’을 담은 보고서(이용민 연구위원)가 공개되면서 모병제 전환 논란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헌법 제39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병역법 제3조 1항에는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는 헌법과 이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여자는 지원에 의하여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밖에 병역법에는 여러 병역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한국의 현행 징병제는 완전 징병제로도, 일반적인 선택적 징병제로도 보기 어렵다.

이러한 징병제에서 군은 장교와 준사관·부사관·전문하사(간부)에 대해 모병제를 적용하고 있어, 겉으로는 징병제와 모병제의 혼합 제도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늘날 군 간부의 대부분이 애초 병 의무복무 기간인 36개월 전후의 의무복무를 하고 있어, 간부의 경우도 완전 모병제로 볼 수 없다.

현행 병역제도에 대해 민주연구원 보고서는 ‘단계적 모병제 전환 필요’를 주장하는 근거로 다음 세 가지를 제시했다. 정예 강군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대적 과제이고, 한국 사회에서 이미 준비된 대안이며, 세계적 추세 속에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논리다.

이에 대해 앞으로 예견되는 ▶안보 상황 ▶전쟁 양상과 전력(戰力) 구조 ▶인구와 병력 구조 ▶경제적 부담 ▶사회·문화 환경과 국가 경쟁력 등 다섯 가지 여건 변화라는 관점에서 모병제 전환에 관한 논란을 살펴보자.

첫째, 남북 간 긴장과 대립 등 미래에 한반도 안보 상황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봐야 한다. 한국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선진국의 경우 대체로 동서 냉전 시기에는 징병제를 유지했다가 냉전 종식 이후 대부분 징병제 시행을 유예하거나 폐지했다. 예컨대 프랑스는 1996년, 이탈리아는 2004년, 독일은 2011년 모병제로 전환했다.

그렇지만 한반도는 그동안 여러 노력에도 남북 긴장 관계가 지속하고 있고, 미·중 패권 경쟁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안보 상황은 앞으로도 오랜 기간 지속할 것으로 예견한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은 의무복무 기간(남성 10년, 여성 7년)이 전 세계에서 가장 긴 징병제를 시행하고 120만 명 이상의 병력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고려한다면 남북 긴장 수준이 최소한 동서 냉전 종식 이후 수준으로 완화될 때까지 앞으로도 오랜 기간 징병제 폐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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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20년간 예상 징집·복무인원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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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미래 한반도 전쟁 양상과 이에 대비한 전력구조 변화도 봐야 한다. 미래에는 사이버전(戰)·드론전·전자기전과 핵·미사일전 등 새로운 전쟁 양상이 크게 부상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재래전 양상의 비중이 지속해서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미래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첨단 과학기술 기반의 정예 강군 육성이 시급하다. 그런 만큼 우리 군은 첨단 무기체계 중심의 전력구조로 시급히 발전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한다면 징병제 기반의 단기복무 중심의 병력구조로는 미래전에 대비한 정예 강군 실현이 매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미래전에 대비한 강군 육성을 위해서는 징병제 폐지보다는 모병의 비중을 지금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

셋째, 인구 구조에 의한 가용 병역자원과 미래전에 대비한 목표 병력구조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국방 개혁 2.0’에 의하면 목표 병력구조는 병 30만 명과 간부 20만 명의 구조다. 현행 복무제도가 유지된다면 병은 매년 20만 명씩 확보하고, 간부는 매년 2만 명씩 임용해야 한다. 간부 중에서 10%를 여성으로 모집한다 하더라도 남성 간부는 1만8000명씩 모집해야 하므로, 남성은 연간 21만8000명씩 확보해야 한다.

현역 입영률이 85%라고 한다면, 20세 남자 인구가 25만6000명 이상이어야 목표 병력을 충원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징병제에서도 2023년부터는 이 목표 병력을 충원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만일 목표 병력구조가 병 20만 명과 간부 20만 명의 구조로 조정될 경우, 현행 징병제에서도 2038년부터는 이 목표 병력을 충원할 수 없게 된다. 만일 미래 목표 병력을 30만 명으로 조정할 경우 평균 군복무기간 10년의 모병제로 전환하더라도 그 목표 병력을 충원할 수 없다. 하지만 목표 병력을 20만 명으로 조정한다면 계산상으로는 그 목표 병력을 충원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인구 1억 2600만 명에 24만 명의 병력을, 독일은 인구 8300만 명에 18만 명의 병력을, 영국은 인구 6600만 명 수준에 14만5000명의 정규군을 충원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러 선진국의 추세를 고려하더라도 인구 5100만 명인 한국이 20만 명 수준의 목표 병력을 모병제를 통해 충원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넷째, 저출산에 따른 인구 절벽 시대에 목표 간부 병력 충원을 위해서는 모병의 비중을 높여야 하는 만큼 그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더 크게 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간부 병력 20만 명 수준을 징병제 기반의 모병을 통해 겨우 충원하고 있다. 말하자면 ‘현역 가용 20세 남자 인구’ 대비 간부 입대율이 8% 수준인 실정이다. 과거 병 의무복무 기간 단축(24개월→21개월) 시기에도 간부 지원율이 많이 감소했듯이 지금 다시 18개월로 추가 단축되고 있어 간부 지원율은 더 떨어질 것이다. 게다가 인구 절벽 시대에 현역 가용 20세 남자 인구가 20만 명 수준 이하로까지 줄어든다면 목표 간부 병력 20만 명을 충원할 수 없다.

간부 병력 충원을 위해서는 지금의 ‘대량 획득, 단기 활용’ 체제를 앞으로는 ‘소수 획득, 장기 활용’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간부의 단기복무 병력 대비 장기복무 병력 비율이 대략 60:40에서 50:50으로 조정될 경우 현역 가용 20세 남자 인구가 18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더라도 목표 간부 병력 20만 명을 충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간부 병력 구조의 조정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그 비용 증가는 단기복무 병력 대신에 장기복무 병력 2만 명 증가에 따른 인건비 증가 이외에 연금비용 증가를 고려하면 매년 약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그뿐 아니라 병 의무복무 기간 단축에 따른 간부 지원율의 저하 방지 또는 제고를 위해서는 그 지원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 그에 따른 추가적 비용 부담도 가산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사회·문화 환경과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모병제 전환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선진국의 경우와 달리 조선 시대에는 양반 계층이 병역의무를 앞장서 수행하는 문화가 조성되지 못했다. 오늘날에도 입대를 기피하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남아 있다. 게다가 종교 또는 개인적 신념 등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제복 입은 군인을 ‘군바리’라고 낮춰 부르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군대가 새로운 소외 계층이 될 가능성도 작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분위기를 고려할 때 모병제 전환은 국방비가 증액되더라도 만성적인 병력 부족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군대는 과거에 ‘사회 교육의 도장’이라고 불렸듯이 개인주의 성향이 더욱 확산하는 시대에 군 입대자들은 군 복무 중에 개인 또는 집단 교육훈련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키울 수 있다. 한국의 학교 교육 제도상 부족한 인성 및 리더십 교육도 군에서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국가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것은 징병제가 갖고 있는 중요한 장점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 키워드

징병제·모병제

국가가 국민에게 국가 방위 의무를 강제로 부여하는 제도가 징병제다. 남녀 모두에게 병역의무를 강제로 부과하는 완전 징병제와 남자에게만 부과하는 부분 징병제가 있다. 반면 본인의 지원으로 병역을 수행하는 제도가 모병제인데 지원병제도라고도 한다.





간부 지원율·입대율

간부 지원율은 가용 병역자원 또는 20세 남자 인구 중에서 장교나 부사관 등 간부로 입대하기를 지원하는 인원의 비율이다. 간부 입대율은 가용 병역자원 또는 20세 남자 인구 중에서 실제 간부로 입대하는 인원의 비율이다.

■ ◆김종탁

서울대 산업공학과 졸업. KAIST 산업경영 박사.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36년간 근무하면서 국방인력 정책 등을 연구. 현재 KIDA 전력소요검증 전문패널로 활동 중이다.

김종탁 전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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