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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fn스트리트] 中 돼지고기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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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두 큰 신흥시장이 치솟는 식료품 가격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인도는 양파, 중국은 돼지고기 값 급등으로 각각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흥국일수록 소득에서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마련인 데다 워낙 두 품목이 양국의 주식재료여서다.

최근 인도의 양파 흉작과 가격 폭등이 지경학적 파장을 일으켰다. 인도가 범인도권 필수 식재료인 양파 수출을 제한하자 맹방인 방글라데시가 수입을 다변화하려고 앙숙인 파키스탄과 손을 잡으면서다. 중국의 '돼지고기 대란'은 더 큰 나비효과를 부를 참이다. 지난주 미국과 1단계 무역협상 합의를 발표하기 전에 중국 정부가 "미국산 돼지고기와 콩에 대해서는 관세유예를 검토하고 있다"고 예고한 대목이 그런 조짐이다.

이는 얼핏 미국의 압박에 따른 중국 측의 유화 제스처로 비쳤다. 그러나 경제외교 전문가들은 중국 내부용 처방으로 본다. 돼지고기 없는 중국 식탁은 상상조차 힘들다. 하지만 2018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발 이래 1억마리를 살처분하면서 돼지고기는 그야말로 '귀하신 몸'이 됐다. 중국 정부가 춘제가 다가오면서 흉흉해지는 민심을 달래지 않을 수 없게 된 셈이다. 중국이 무역전쟁 중에도 미국산 식자재 수입을 늘릴 수밖에 없는 근본요인이 뭔가. 세계 인구의 20%가 사는 대륙이지만, 농경지는 전 세계 면적의 9%에 불과한 탓이다.

바야흐로 중국은 미국과 본격적 글로벌 패권을 겨루려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의 농업생산력은 미국에 비해 질량 모두에서 크게 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1차 냉전기에 구소련이 그랬듯이 혹여 미국이 식량을 무기화할 만일의 사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중국도 취약한 식량안보를 보완하기 위해 나름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난 7일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보도를 보라. 중국은 내년 초 각종 농작물 500㎏을 인공위성에 실어 발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획기적 증산을 위해 씨앗 등을 우주로 보내 품종을 개량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실험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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