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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오페라의 유령`이 안내하는 어둠과 몽환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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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13일 부산 드림씨어터 무대에 오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제각기 다른 화려한 옷차림이 빛나는 가면무도회 장면(왼쪽)은 물론 유령과 크리스틴이 지하 호수를 지나며 주제곡 더 팬 텀 오브 디 오페라(The Phantom of the Opera) 를 부르는 장면이 백미다. [사진 제공 = 에스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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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hantom of the opera is there, inside your mind(오페라의 유령은 여기, 당신 마음 속에 있다오)." 지난 13일의 금요일 밤 오페라의 유령이 사로잡은 건 여주인공 크리스틴 다예뿐이 아니었다. 영어 버전 기준 역대 최연소 유령으로 꼽히는 조너선 록스머스(32)의 풍부하고 호소력 짙은 중저음은 이날 3개 층 객석을 메운 1700여 명 관객을 매혹하며 지하 세계로 이끌었다.

추한 외모 탓에 오페라하우스에 숨어사는 천재 음악가 유령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귀족 라울의 얘기를 다룬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7년 만에 한국에 다시 왔다.

2012년 초연 25주년 기념 공연에 이어 이번에도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공연이다. 부산(2020년 2월 9일까지)을 시작으로 서울(3월 14일~6월 26일), 대구(7~8월) 무대에 차례로 오른다. 부산 공연은 이번이 초연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4월 누적 공연 1만3000회를 돌파하며 브로드웨이 산업 사상 단일 작품으로 최대 일자리와 수입을 만들었으며, 한국에서는 2013년 네 번째 시즌 만에 영화의 관객 1000만명에 비견되는 100만명 기록을 세웠다. 이번 시즌 예약자도 이미 6만명을 넘었다.

관객들 발걸음을 이끌어낸 매력 중 하나는 유령의 분노와 힘을 보여주는 상징인 '떨어지는 샹들리에'다. 특히 이번엔 지난 공연 대비 1.5배 빨라진 초속 3m 속도로 관객들에 박진감을 선사한다. 뼈대를 알루미늄으로 구성하고 장식용 크리스털은 플라스틱 진공 성형법으로 만들어 무게를 대폭 낮춘 덕분이다.

백미는 크리스틴을 납치한 유령이 나룻배를 이끌며 지하호수를 이동하는 장면이다. 자욱한 안개 사이로 흔들리며 빛나는 281개 촛불은 오싹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주제곡 'The Phantom of the Opera'를 부르는 두 배우의 마성과 꼭 어울리는 이 신에선 웬만한 목석이 아니고서야 홀리지 않고 배겨내기 힘들다.

2막 도입부 가면무도회도 호응이 높았다. 유령이 사라졌다고 생각해 안심한 극장 멤버들이 흥겨운 노래로써 축제를 여는 장면이다. 이 작품으로 토니상을 받은 무대 디자이너 고(故) 마리아 비욘슨 자료를 고증해 230여 벌 화려한 의상을 재현했다. 파스텔톤 드레스의 크리스틴과 금줄 장식이 빛나는 라울을 비롯해 제각기 다른 단원들 옷차림을 감상하는 재미가 크다.

"제주도로 연락주세요(I should be in Jeju-do)"라는 현지화 된 대사 등 한국 관객에 대한 배려도 돋보였다. 커튼콜 장면에선 배우들이 'Korea's Finger Heart'라고 불리는 손가락 하트로써 관객들에게 애정을 드러냈다. 관객들도 일제히 기립하며 화답했다. 공연 후 유령가면을 쓰며 기념사진을 찍는 관객도 많았다. 2012년 공연도 봤다는 이 모씨(37)는 "기대했던 만큼 훌륭했다"면서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최고의 공연"이라고 했다.

크리스틴은 지난 내한 때 활약했던 클레어 라이언이 다시 맡았다. 라울은 캐스팅 당시 연출가 해럴드 프린스가 "저 사람이 바로 라울"이라고 평가한 맷 레이시가 연기한다. 프린스는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함께 이 작품을 탄생시킨 거장으로 지난 7월 별세했다.

[부산 =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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