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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호흡> 주연 윤지혜, 촬영장 문제 폭로…“결과만 좋으면 좋은 영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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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개봉예정 영화…윤씨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 올려

“안전문제 확보 전혀 안 돼…‘밝은 현장’ 마케팅에 분노”

부산영화제·마카오영화제 수상…“불행 포르노 그 자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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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지혜가 자신이 출연한 영화 <호흡>(감독 권만기) 촬영장의 부조리한 촬영을 폭로하며 문제제기를 해 누리꾼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윤지혜는 지난 14일 오후 자신의 에스엔에스에“저를 응원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주는 분들께 이런 소식을 드리게 돼 무척 괴롭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하지만 아직까지도 회복되지 않는 끔찍한 경험들에 대해 더이상 참을 수 없어 털어놓으려 한다”는 말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제 신작을 기대한다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라며 “이 영화는 최대한 빨리 잊으려고 했고, 보는 분들이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갈 길을 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비정상적인 구조로 진행된 이 작업에 대해 스스로 왜 이런 바보같은 선택을 했는지 끊임없이 나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괴로운 심정을 드러냈다.

그가 거론한 영화 <호흡>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에서 선정된 졸업작품이며, 제작비는 7000만원대였다. 윤지혜는 “처음에는 초심자들에게 뭔가 느끼면서 열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지 않을까 큰 착각도 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달 간 밤낮으로 찍었는데, 상식 밖의 문제들을 체험하게 됐다. 내가 맡은 캐릭터는 밑도 끝도 없는 죄의식을 강요받은 캐릭터여서 그런 감정을 유지해야 했는데 현장 자체가 고통이 되자 내 연기인생 중 겪어보지 못한, 겪어서는 안 될 각종 어처구니 없는 일들 속에서 극도의 미칠 거 같은 감정을 연기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윤지혜가 지적한 ‘겪어서는 안 될 어처구니 없는 일’은 촬영현장의 안전 문제와 직결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컷을 안 하고 모니터 감상만 하던 감독 때문에 안전이 전혀 확보되지 않은 주행 중인 차에서 도로로 하차해야 했고, 요란한 경적소리를 내며 저를 피해가는 택시는 저를 미친년으로 생각했을 것”이라며 “지하철에서 도둑 촬영하다 쫓겨났을 때 학생영화라고 변명한 후 정처없이 여기저기 도망 다니며 이것 또한 재밌는 추억이 될 듯 머쓱하게 서로 눈치만 보며 멀뚱거리던 그들의 모습을 기억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번 폭발을 하였고 참을 수가 없었다. 욕심만 많고 능력은 없지만 알량한 자존심만 있는 아마추어와의 작업이, 그것도 이런 캐릭터 연기를 그 속에서 해야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짓인지,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 뼈저리게 느꼈고 마지막 촬영날엔 어떠한 보람도 추억도 남아있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윤지혜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밝은 현장’으로 마케팅 되고 있는 것에 대해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며 “대체 누구 눈에 밝은 현장 분위기였는지 되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영화는 불행포르노 그 자체”라며 “그런 식으로 진행된 작품이 결과만 좋으면 좋은 영화냐. 이 영화의 주인 행세를 하는 그들은 명작, 걸작, 수상한, 묵직한 이런 표현 쓸 자격조차 없다. 알량한 마케팅에 2차 농락도 당하기 싫다”고 주장했다.

16일 개봉 예정인 <호흡>은 아이를 납치했던 정주(윤지혜)와 납치된 그날 이후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져버린 민구(김대건)가 12년 만에 다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제3회 마카오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한편 배우 윤지혜는 지난 1998년 영화 <여고괴담>으로 데뷔했으며, 이후 <청춘>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예의없는 것들> <군도> <아수라> 등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베테랑 연기자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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