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도하는 이른바 '호르무즈 호위 연합'에 영국·호주·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이미 동참 결정을 내린 상태다. 세계 원유 공급량의 30% 정도가 이 지역의 영향을 받는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로서는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을 둘러싼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한반도 긴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파병 여부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요인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파병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가 보다 전향적이고 다각적인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 문제를 둘러싸고 국제 여론, 군사적 충돌 가능성, 이란과의 관계 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이란 핵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는데 한국이 적극적으로 봉쇄에 동참한다면 이란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 지역 국가들과의 향후 협력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청와대가 소말리아 인근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를 호르무즈해협으로 보내는 가장 높은 수준의 대응책을 거론하지 않고 '단계적 참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 1단계로 참모 장교를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 지휘통제부에 파견한 뒤 전투병력 파병은 추후 상황을 봐가며 논의하는 방식인데 옳은 방향이다. 국제 정치·외교에 민감한 영향을 주고받는 파병 문제는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대응 수위를 조절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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