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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폐 손상 의심물질 판단 제각각… 흡연자 속 태우는 액상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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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함유량 분석 0.1∼8.4ppm… 업계 “美와 비교해도 극소량 검출”

정부 “위험성 없다고 단정 못 해” 사용 중단 권고 놓고 상반된 견해
한국일보

액상형 전자담배에서 폐질환 의심 물질이 극소량 검출된 것을 두고 정부와 전자담배 업계가 상반된 목소리를 내고 있어 소비자 혼란만 가중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10월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 권고가 내려진 뒤 서울 시내 편의점 GS25에서 점원이 제품을 수거하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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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성민(40)씨는 요즘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울 때마다 찝찝하다. 그는 “일반담배(연초)보다 냄새가 덜 나서 6개월 전 액상형 전자담배로 바꿨는데 정부는 피우지 말라고 하고 제조업체들은 문제 없다고 하니 누구 말이 맞는지 헷갈린다”며 답답해 했다.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권고 방침을 이어간 데 대해 전자담배업계가 검출된 위험 물질이 아주 적은 양인 만큼 사용중단 권고는 과도하다며 반발하고 있어 소비자 혼란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2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에 유통되는 153개 액상형 전자담배를 대상으로 대마유래성분(THC)과 비타민E아세테이트 등의 함유량을 분석한 결과 13개 제품에서 0.1∼8.4ppm의 비타민E아세테이트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마약류인 THC는 나오지 않았다. 일부 제품에서는 가향물질도 검출됐다. 편의점과 면세점 등 유통업체들은 곧바로 문제가 된 제품 판매를 일제히 중단한 상태다.

비타민E아세테이트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액체 성분이 기화되는 것을 돕는 일종의 첨가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 폐질환 환자 생체시료 표본 29종 모두에서 비타민E아세테이트가 검출된 이후 이를 유력한 폐 손상 의심 물질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제품에서 검출된 비타민E아세테이트의 농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검사 결과(23만~88만ppm)와 비교하면 아주 적은 양이라는 걸 두고 정부와 전자담배업계는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전자담배총연합회 관계자는 “수 차례 유해성을 확인할 때마다 검출량이 자연식품에 비견될 정도로 극소량이 나타났는데, 이번에도 극소량이 재확인된 것”이라며 “정부는 과도한 사용중단 권고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 역시 13일 서울 중구 이비스 앰배서더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국민 혼란을 가중시키고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근거 없이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식약처 검사 방법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산업협회는 “동일 제품인데도 비타민E아세테이트를 분석한 결과가 기관마다 다르다”며 “시험 방법에 대한 기준이 없어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식약처는 비타민E아세테이트가 미국 제품보다 적게 나왔다고 해서 위험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미국에서 발생한 급성 폐질환 환자 중엔 비타민E아세테이트와 THC가 없는 제품을 사용한 경우도 상당수”라며 “유력한 용의 물질 외에도 가향물질이나 프로필렌글리콜 등 첨가물 등 원인이 될 수 있는 물질이 다양하기 때문에 확실한 유해성이 밝혀질 때까진 사용을 중단하고 주의하도록 권고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비타민E아세테이트의 위험성에 대해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권오승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콘트롤센터장은 “비타민E아세테이트가 폐 질환의 원인이라는 개연성이 있으니 정부가 (사용중단 권고) 조치를 내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이 물질은 이제 막 밝혀지는 단계다. 어느 정도 농도가 위험한지 현재로서는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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