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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사설] 선거법·공수처법, 제1야당 빼고 강행 처리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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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 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임박하면서 여야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어제 “이제 민주당도 우리의 길을 가겠다”며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 방침을 공식화했다. 자유한국당과의 협상이 교착 상태를 면치 못하자 ‘4+1(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 공조를 통한 정면돌파 의지를 밝힌 것이다. “목숨을 걸고 저지하겠다”고 선언한 한국당과의 ‘제2 패스트트랙 충돌’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법안을 저지하려는 한국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하기 위해 임시국회를 짧은 회기로 나누는 ‘쪼개기 임시국회’ 전술까지 검토하고 있다. 한번 필리버스터에 걸린 법안은 다음 회기 때 자동 표결해야 하는 국회법 규정을 이용한 전략이지만, 헌정사상 유례없는 편법이다. 이에 맞서 한국당은 본회의가 열리면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동시에 다수의 수정안을 발의해 법안 설명을 이어가며 처리를 지연시키는 전략을 준비 중이다. 한국당은 “의회 쿠데타를 막기 위해 결사항전하겠다”며 의원직 사퇴까지 거론하고 있다.

내년 예산안에 이어 패스트트랙 법안까지 일방처리한다면 정국은 그야말로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은 4+1협의체가 예산안 처리 때처럼 수적 우위를 앞세워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 선거법 개정안은 내년 총선의 규칙을 정하는 것이고, 공수처 법안은 우리나라 형사 사법체계의 근간을 완전히 바꾸게 된다. 이런 법안을 제1야당을 빼고 강행 처리한다면 뒷감당이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역풍이 불 것이다. 민주당은 집권당으로서 무한책임을 갖고 끝까지 한국당과 합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당도 정치적 고립을 자초하지 말고 대안을 마련해 협상에 임해야 한다. 선거법은 현재 ‘4+1협의체’가 의견을 접근시킨 ‘250(지역구)+50(비례대표)’ 방안의 경우 연동비율을 50% 미만으로 낮추면 한국당의 손해는 거의 없다. 범여권과 한발씩 양보하는 협상이 불가능한 게 아니다.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삭발, 단식, 농성 등 극한 투쟁만 계속해 왔다. 국회 안에서의 협상을 거부했고, 결국 허를 찔려 예산안 대치에서 완패했다. 무조건 반대만 하다간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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