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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배우들과 함께 춤추고 대화하는 `위대한 개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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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17년 영국에서 상연된 `위대한 개츠비` 극 중 파티에서 배우와 관객이 한데 어울려 춤추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 Helen Mayb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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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아가씨(혹은 멋진 신사 분), 저와 함께 춤추실래요?" 잘생긴 남자 배우, 혹은 아름다운 여자 배우가 이렇게 말하면서 다가오면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실제 상황이다. 오는 21일부터 서울 을지로 그레뱅뮤지엄에서 선보이는 이머시브 시어터(관객 참여형 공연) '위대한 개츠비'에서 펼쳐질 장면이다.

이 작품은 관객이 연기를 감상할 뿐만 아니라 극 속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이머시브 시어터로, 커플댄스를 추는 것 외에도 여러 장면에서 배우와 관객이 한데 어우러진다. 관객은 주인공인 개츠비와 데이지를 이어줄 티파티 준비 등을 도우며 관람과 동시에 작품을 함께 만들어 간다. 드레스 코드로는 정장이 권장된다. 관객은 개츠비 저택에서 열리는 파티에 초대된 손님이기 때문이다.

원작인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과 마찬가지로 공연은 미국 문화의 황금기라 불리는 1920년대 부자 개츠비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 간의 사랑과 갈등, 그리고 죽음에 대해 다뤘다. 2015년 요크(York)의 한 펍에서 처음 상연한 이래 영국에서 꾸준한 인기를 이어오고 있는 작품으로, 특히 2017년 런던 축제 '볼트 페스티벌(Vault Festival)' 무대에 올라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벨기에 아일랜드 호주 등에서 공연했으며 아시아 국가들 중에선 한국에서 처음 선보인다.

무대로는 큰 홀과 여러 개 방을 갖고 있는 그레뱅뮤지엄 2층 전체를 활용한다. 객석 한곳에 앉아 관람하는 게 아니라 장면에 따라 장소를 바꿔 나가며 역동적으로 극을 즐길 수 있다. 개츠비의 친구인 닉 캐러웨이의 눈으로 본 단 한 가지 서사만 존재하는 원작과 달리, 공연에서는 관객의 선택에 따라 인물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어보며 작품을 탐험할 수 있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배우들은 관객들에 손을 내밀며 자신만의 공간으로 그들을 인도한다. 원작에선 접할 수 없었던 내밀한 속사정을 털어놓기도 한다. 덕분에 같은 시간에 같은 공연을 보더라도 관객들이 즐기는 '위대한 개츠비'는 각양각색이다.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관점에서 작품을 맛볼 수 있다. 연출진에 따르면 크게 구분되는 '위대한 개츠비' 버전은 최소 7가지다. 협력연출인 에이미 번스 워커(Amie Burns Walker)는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저와 함께 가주시겠어요?'라고 초대할 때 승낙하든지 거절하든지는 관객의 자유"라며 "어떤 쪽을 선택해도 충분히 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게 개츠비의 매력"이라고 했다.

배우도 끊임없이 변하는 상황에서 임기응변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고 캐스팅했다. 개츠비 역을 맡은 박정복과 강상준, 개츠비의 연인 데이지 역의 김사라와 이서영은 이머시브 시어터에 필요한 테크닉을 익히기 위한 워크숍에도 참여했다.

배우들은 준비할 게 많지만 관객에게 필요한 건 오직 하나뿐이다. 워커 협력연출은 배우들의 요청에 적극 '예스(Yes)'라고 대답해줄 것을 권유했다. "열린 마음으로 대답할 준비가 돼 있다면 나머지는 등장인물들이 도와줄 겁니다. 규칙을 다 알려주니 전혀 모르고 상태에서 와도 문제없고요. '네'라고 대답할수록 더욱 재미있을 거예요. 우리 캐릭터들의 친구가 되어 주세요."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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