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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학 오면 집 준다는 시골 학교에… 선관위 "선거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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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아산초, 학교 통폐합 막으려 전학 가정에 무료 관사 주기로 약속

선관위 "군수·교육감이 이익 제공,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위반 우려"

학교 "이미 두 가구 선정했는데…" 구례에 지원사례 있어 형평 논란도

조선일보

전남 화순 아산초가 기존 관사를 허물고 신축 중인 전학생용 관사. 두 가구가 66㎡씩 쓰게 된다. /전남도교육청

전남 화순군 북면 아산초등학교 전교생은 26명에 불과하다. 인구 감소로 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전형적 시골 학교다. 97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 학교는 최근 '무료 관사' 지급 카드를 꺼내 들었다. 도시 전학생을 단 1명이라도 끌어들여 통폐합 위기를 극복하려는 자구책이었다. 아산초는 "전학 오는 가정에 무료로 집을 줘 주택 구입난을 덜어주겠다"는 파격 홍보전을 펼쳤다. 서울과 수도권, 광주광역시 등에서 전학 상담 전화가 빗발쳤다. 오래된 관사를 허물고 66㎡(20평)짜리 방 2개를 갖춘 단독주택을 지난달부터 짓고 있다. 주택은 이달 말쯤 완공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파격 행보는 선거법에 발목을 잡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10일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화순교육지원청은 지난 4일 아산초에 '학교에서 전입 학생에게 무료로 집을 주면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화순교육청은 앞서 지난 3일과 4일 화순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위반이 우려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선거법상 단체장이나 교육감은 선거구민이나 연고가 있는 사람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수 없다. 화순군이 건축비 2억8000여만원, 전남교육청이 철거비 1억여원을 투자해 무료 관사를 만든다. 결과적으로 화순군수와 전남교육감이 선거권이 있는 학부모에게 경제적 이득을 제공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화순교육청 재정팀은 "아산초는 적절한 사용료를 학부모에게 받아야 한다"며 "방 크기 66㎡를 기준으로 대략 월세 60만원이 적절해 보인다"고 밝혔다.

'학생 유치용 무료 관사'를 새로 짓던 아산초는 난처해졌다. 지난달 29일 '수십 대 1' 경쟁률을 거쳐 두 가구를 이미 선정하고 입주 합격 통보를 마쳤기 때문이다. 입주는 내년 3월 1일이다. 물론 조건은 '월세 무료' 입주였다. 최종 선정된 두 가구는 각각 부산과 광주광역시에 살던 가족으로, 아이 셋과 넷을 둔 5인·6인 가구였다. 아산초 관계자는 "일단 합격 통보를 한 것이지 계약서 사인이 남아 있어 입주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적절한 월세를 걷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선정된 학부모들은 "60만원을 매달 낼 거면 전학이 어렵지 않겠느냐"며 신청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뜻을 학교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와 교육청의 이런 지적은 전남 구례의 한 초등학교에서 3년째 무료 관사에 거주하는 가족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형평 논란을 낳고 있다. 전교생 50명인 구례 청천초등학교는 교육부가 추진한 전원학교 체험지원센터 제도를 근거로 증개축한 학교 건물에서 학부모와 학생 3가구에 무료 거주를 허용하고 있다. 2010년 교육부에서 국비 4억4000만원을 받아 학교 시설을 고치고 교문 옆에 33㎡(10평)짜리 방 6개를 갖춘 숙소를 마련했다. 2017년 3월부터 3년 동안 학부모와 학생 등 모두 9명(3가구)이 월세 없이 살고 있다. 청천초 관계자는 "국비로만 사업을 추진한 거라 선거법과는 무관하다"며 "아직 방이 3개가 남아 있어 가족을 더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남교육청은 "청천초에 학생이 살고 있는지 몰랐다"며 "관련 조례를 위반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화순=조홍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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