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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삼바 분식회계 증거인멸’ 삼성 부사장 3명에 실형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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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2년·1년6월…재판부 “그룹 차원 조직적 행동”

“법 따르면서 성장해야 국민 응원” 기업문화도 지적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사건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전자 부사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의혹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소병석 부장판사)는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56)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김모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부사장(54), 박모 인사팀 부사장(54)에게는 각각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향후 검찰 수사에 대비해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 관련 자료 일체를 삭제하기로 결정하고 일사불란하게 계열사 직원을 통해 지시하는 방식으로 컴퓨터 서버, e메일, 휴대폰 메시지 등 엄청난 양의 자료 일체를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대대적으로 인멸하게 했다”고 했다. 이어 “덮어쓰기 방식(데이터 생성·삭제를 반복해 영구삭제) 등 일반인은 상상하기 어려운 은닉 방식으로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며 “이 과정에서 경중을 판단하지 못한 증거들이 인멸·은닉돼 실체적 진실 규명에 지장을 초래했다.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부사장 등은 재판에서 ‘본안’이라고 할 수 있는 분식회계 의혹 사건에 대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증거인멸에 대한 유무죄도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형법상 자신의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하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 검찰은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결론과 관계없이 이 사건의 유무죄 판단이 가능하다고 봤다”며 “오로지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을 방해했다는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삼성의 기업문화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말하는 바와 같이 부하 직원들이 상사 지시를 불법·적법 따지지 않고 맹목적으로 수행하는 그런 문화라면 그것이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해나가는 데 좋은 것인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성장하는 것도 법 절차를 따르면서 공정하게 이뤄질 때 국민으로부터 응원을 받을 수 있다. 편법에 의한 성장은 박수받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부사장 등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상되던 지난해 5월부터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해 삼성바이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 지시에 따라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는 직원들의 노트북과 휴대폰에서 ‘JY’(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합병’ ‘지분매입’ ‘미전실(미래전략실)’ 등 키워드를 넣어 관련 파일을 삭제했다. 삼성바이오가 공장 바닥을 뜯고 메인·백업 서버를 묻은 사실도 확인됐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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