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1 (토)

유재수 2016년부터 뇌물받았다는데…금융위는 우수공무원 훈장 추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2016년 우수공무원 후보자로 추천된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 전 부시장은 2016년부터 금융회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 유 전 부시장이 금융회사로부터 뇌물을 받고 있을 때 금융위는 유 전 부시장을 우수공무원이라며 훈장을 줘야한다고 추천한 것이다.

9일 금융위와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2016년 11월 당시 금융위 기획조정관으로 근무하던 유 전 부시장을 우수공무원 추천 후보자로 올렸다. 당시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지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이 최고조로 치닫던 때다. 이후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뒤 유 전 부시장은 기획조정관에서 금융위 핵심 보직인 금융정책국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금융위는 단순히 대통령 표창이 아니라 유 전 부시장을 홍조근정훈장 후보자로 추천했다. 근정훈장은 공적이 뚜렷한 공무원에게 수여하는 훈장으로 5등급으로 나뉘는데 이중 홍조근정훈장은 3등급에 해당한다. 유 전 부시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에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유 전 부시장은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으로 있었다.

비록 최종 심사에서 탈락해 훈장을 받지는 못했지만, 관가에서는 정부부처가 추천하는 우수공무원 후보자에 오른 것만해도 큰 공적이 된다고 본다. 우수공무원은 각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두어명씩을 후보자로 추천하면 행정안전부가 심사를 거쳐 선발한다. 모든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통틀어 매년 80여명 정도만 선발하기 때문에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부처가 추천하는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해당 부처에서 한 해 동안 가장 큰 공을 쌓은 것으로 간주된다.

조선비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 전 부시장은 2016년 한 해 동안 기획조정관으로 근무한 공적을 인정받아 우수공무원으로 추천됐다. 금융권에서는 이 과정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검찰 조사를 통해 유 전 부시장이 2016년부터 금융회사 서너곳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확인됐다. 차량 등 각종 편의를 제공받았고, 자녀 유학비 등 공직자라면 생각하기 쉽지 않은 뇌물까지 받은 혐의도 드러났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금융위에서는 유 전 부시장을 우수한 공무원이라며 훈장 후보자로 추천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비위 사실을 알고 훈장 후보로 추천했을리는 없겠지만, 모르고 추천한 것도 고위공직자에 대한 관리·감독이 허술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라며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장 표창 수상자 선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금융위의 위신이 안 그래도 떨어졌는데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사실을 모르고 우수공무원으로 추천했다는 것도 한심한 문제"라고 말했다.

유 전 부시장이 훈장을 받을 만한 공적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우수공무원은 수상자나 후보자 모두 뚜렷한 공적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융위가 유 전 부시장과 같은 해에 우수공무원으로 추천한 박광 부이사관은 'FATF 부산총회·APG 워크숍의 성공적 개최, 자금세탁방지교육연구원(TREIN) 개원, 고객 확인시 실제소유자 정보 확인을 위한 기준마련' 등의 구체적인 공적이 추천대상자 공적요지에 기재됐다. 2015년에 금융위 공무원으로 '대한민국 공무원상'을 받은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당시 금융정책국장)도 안심전환대출과 가계부채 구조 개혁 등의 분명한 공적이 있었다.

반면 유 전 부시장의 공적요지는 두루뭉술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금융위는 '기획조정관실 업무를 총괄하며 창의적·혁신적인 자세로 실무부서가 핵심 금융개혁 과제 등 금융정책 및 감독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기여했다'고 공적요지에 밝혔다.

한 경제부처 관료는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 기획조정관 시절 딱히 눈에 띄는 활동이나 업적이 있었던 거로 기억하지 않는다"며 "우수공무원 후보로 추천받았다는 이야기도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