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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조국은 어디에? 사라진 조국, 뒷말만 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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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국 전 법무장관이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소환 조사를 마친 뒤 차량을 타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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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21일 오후 7시쯤. 검정색 제네시스 차량 뒷좌석에 몸을 실은 초췌한 얼굴. 조국 전 법무장관이 언론 취재에 포착된 마지막 모습이다.

지난 8월 9일 문재인 정부 두번째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던 날 이후 숱하게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던 그가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취임 35일만인 지난 10월 14일 장관직에서 물러난 이후로도 그의 모습은 종종 언론사 카메라에 담기곤 했다. 퇴임 엿새째인 10월 20일 등산복 차림으로 우면산 방면을 향해 걷는 모습, 사흘 뒤 구속된 아내 정경심씨를 면회하기 위해 서울구치소를 드나드는 모습 등이다.

조 전 장관의 외부 행적은 그가 공공연한 피의자가 된 이후 암막(暗幕) 깊숙이 숨었다. 공개소환이 전면 폐지되고, 검찰이 원칙과 달리 청사 정문이 아닌 지하주차장 출석을 허용하면서 지난달 14일 첫 소환 조사 땐 누구도 그를 보지 못했다.

트위터 등 왕성한 소셜미디어(SNS) 활동으로 많은 어록을 남기며 '조윗대장경'이란 신조어까지 등장시킨 그지만, 아내 정씨가 추가 기소된 지난달 11일 페이스북 게시글을 끝으로 소셜미디어에서도 조 전 장관의 침묵은 이어지고 있다. 조 전 장관을 소환 조사한 검찰조차 진술거부권 행사에 막혀 조 전 장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조 전 장관은 현재 '삼면초가'에 빠졌다. 일가(一家) 비리 의혹에 이어 불거진 청와대와 경찰의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은 모두 그가 총책임자였던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업무 집행이 위법했는지를 겨냥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다.

두 의혹에 모두 연루된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은 최근 유재수 사건으로 불려간 검찰에서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게 단순한 의견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정권자로서 책임질 사람은 결국 조 전 장관이 되는 셈이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지만, 의혹들에 대한 그의 입장을 확인하기는커녕 조사 여부조차 바로 확인할 수 없다.

법무부가 이달부터 시행한 검찰의 새 공보 규정이 초상권 보호를 위해 참고인은 물론 핵심 피의자라도 출석 정보, 소환 조사 여부 등의 공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이 먼저 나서 언론 측에 입장을 밝히지 않는 이상 본인이 거부하면 촬영도 허용되지 않는다.

'깜깜이' 국면이 지속되자 세간에서는 갖은 억측들도 나온다. 지난주 여의도 일각에서는 "가족 사건은 둘째치고 믿고 일한 실무자들이 모두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을 보고 조 전 장관이 실체를 모두 털어놨다더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인터넷에는 최근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 2명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과 연관지어 "조국 요즘 안보이네요", "빨리 구속해야 한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네" 같은 말들까지 나온다.

7일 조 전 장관 자택이 있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 단지에선 그동안 조 전 장관의 말 한마디, 사진 한 장을 담으려 대기하던 취재진이 모두 사라졌다. 검찰 청사까지 쫓아와 푸른 장미를 들고 그를 응원하던 지지자들도 자취를 감췄다. 푸른 장미의 꽃말은 '포기하지 않는 사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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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장관의 한 지지자가 11월 14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파란 장미꽃을 준비한 채 조 전 장관을 기다리고 있다./홍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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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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