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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TALK] 전신마취 후 암 수술받은 아버지 횡설수설하면 '치매'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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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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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김지호(가명)씨의 아버지는 조기 검진을 통해 암이 발견돼 암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건강을 회복한 이후, 횡설수설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김씨는 "아버지가 갑자기 내 칫솔이 사라졌다고 하시면서, 냉장고 문을 열었다"며 "고령인 아버지 기억력이 감퇴된 것인지, 치매 전조 증상인지 우려된다. 전신마취를 하고 암 수술을 받은 것이 기억력을 감퇴시킨 것 같다"고 추정했다.

국내 치매 환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에서 지난해 치매로 인해 71만2556명이 진료를 받았다. 지난해 치매 환자는 2014년(41만6309명)에 비해 약 1.7배 증가했다.

치매는 기억력 감퇴와는 다르다. 고령일수록 기억력이 감퇴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고령이면서 종양 제거 등 큰 수술을 위해 전신 마취를 한 번 이상 한 경우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전신 마취가 치매 유발을 촉발시킨 원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의학계에서는 전신마취와 치매 연계성을 연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현강 고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매는 노화로 인한 건망증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면서도 "나이가 많고, 전신마취 등에 수술 이력이 있다면 치매 유발이 될 수 있다는 학계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신마취와 기억력 감퇴 또는 치매와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기억력 저하가 전신마취와 관계가 있다는 것은 일부 연구에서 이미 입증됐다. 미국 위스콘신대학 매디슨캠퍼스 연구팀이 평균 54세 성인 남녀 96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신 마취 수술 경험이 있는 경우 ‘순간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여기서 순간 기억력이란 몇 개의 단어를 본 뒤 이를 3분 내 기억하는 능력이다. 연구 결과, 최소 1회 전신마취 수술 경험이 있는 사람 중 18%에서 순간 기억력이 감퇴했다.

치매와 전신마취가 직접적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국내에서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도관 교수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 한림대 생사학연구소 김태미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명우재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알츠하이머병 저널’을 통해 전신마취 경험이 치매 위험 증가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코호트를 활용해 50세 이상 성인 남녀 21만9423명을 전신 마취 경험이 있는 그룹(4만4956명)과 대조군(17만 4469명)으로 나눠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치매 발생 여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신마취 경험이 있는 그룹에서 치매 발생 위험이 대조군에 비해 29%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마취를 할 때 사용하는 정맥 주사 마취제가 동시에 여러 개이면 한 가지를 사용할 때보다 치매 발생 위험도는 49% 높아졌다. 전신마취 시간이 1시간 늘어날 때 치매 발병 위험도 역시 6% 가량 증가했다. 종양 제거를 위해 수술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전신 마취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다만 전신 마취가 일시적으로 뇌 활동을 멈추기 때문에 잦은 전신마취는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신마취를 한 이력이 있다고 해서 모두 치매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치매와 노화로 인한 건망증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정현강 교수는 "치매와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건망증은 완전히 다르다"면서 "건망증은 노화로 인해 뇌세포가 쇠퇴되면서 젊을 때에 비해 주의력이 결핍되거나, 기억력이 감퇴되는 증상을 보인다. 반면 치매는 특정 병리학적 과정에 의해서 뇌세포가 영구적으로 손상되며 급속하게 뇌손상 발생으로 인해 기억을 잃어간다. 정밀 검진을 통해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알츠하이머병 치매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뇌에 축적되면서 발생한다. 이 두 단백질은 원래 뇌에 있는 것인데, 어떤 이유로 축적이 되면서 뇌세포가 살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뇌세포 간 연결 회로를 차단하고 뇌세포를 죽이게 된다. 처음에는 증상을 보이지 않다가 뇌세포 연결 회로가 50~60% 이상 끊어졌을 때부터 예전과 달리 기억을 못하거나 언어 능력이 떨어지는 치매 증상이 나타난다.

정 교수는 "건망증의 경우에는 특정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일종의 ‘힌트’를 주면 쉽게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면서 "치매의 경우엔 특정 원인에 의해 세포가 망가지기 시작하면서 힌트를 줘도 무의미해진다. 가족도 모르게 되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게 된다. 뇌 기능이 퇴보하면서 뇌 손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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