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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文케어 한다며 생색은 정부가 내고, 월급쟁이 지갑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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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건보료 아우성] [中] 직장인 부담 눈덩이

경총 추계로는 文케어 3년동안 소득 7.8% 늘때, 건보료 17.4% 뛰어

원천징수 직장인과 자영업자 건보료 부과 형평성 논란도 계속

경기도의 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주모(39)씨는 올해 초 과장에서 차장으로 승진하면서 월급이 작년보다 3.2% 올랐다. 월급이 2%쯤 올랐던 예년보다 승진 덕에 인상률이 높았지만 늘어난 월급을 체감하기 어렵다.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 보험료, 고용보험료, 세금 등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많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1년 새 13%(2만490원) 늘어난 건강보험료 영향이 컸다. 주씨는 "유리지갑인 직장인들은 늘어나는 건보료 인상 여파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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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씨 같은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들의 건보료 불만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올해 직장 가입자의 건보료 인상률은 3.49%다. 직장인 가입자의 지난 3년간 평균 소득은 연평균 2.52% 증가했는데, 올해도 같은 정도로 월급이 오른다고 보면 건보료 인상률이 더 높은 것이다. 건보료 인상률은 지난해까진 매년 1~2% 안팎이었는데, 올해 크게 오르면서 처음으로 최근 평균 임금 인상률을 앞질렀다.

◇문케어 3년간 소득은 7.8% 오르는데, 건보료는 17.4% 인상

보건복지부는 내년 건강보험료율을 올해보다 3.2% 인상하기로 지난 8월 잠정 결정했고, 내달 중 건강보험법 시행령을 고쳐 확정한다. 정부 계획대로 보험료율이 결정되면 내년 건강보험료율(월급의 6.67%)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과 비교해 8.99% 오르게 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올해와 내년 소득이 예년만큼 오른다고 보고 추산한 결과, 3년간 직장 가입자가 실제 납부하는 건보료는 17.4% 인상된다. 반면 근로소득은 3년간 7.8% 오르는 데 그친다.

직장 가입자는 회사와 근로자가 건보료를 절반씩 내기 때문에 전액 본인이 부담하는 자영업자 등 지역 가입자보다는 부담이 덜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국세청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는 근로소득에서 원천 징수하기 때문에 소득 파악률이 낮은 자영업자와 비교해 형평성 논란도 많다. 매년 임금 인상에 따라 보험료가 오르고, 여기에 더해 보험료율도 오르기 때문에 복지부가 발표하는 보험료 인상률보다 실제 부담은 더 많이 늘어나는 것이다.

◇'소득 8% 상한'도 유지 어려워

올해 직장 가입자의 건강보험료율은 소득의 6.46%이고 내년엔 6.67%가 된다. 정부는 2021년 이후에도 보험료를 매년 3.2~3.49%씩 올리겠다는 방침인데, 이 추세가 계속되면 2026년에는 보험료가 소득의 8%를 넘게 된다. 그런데 현행 건강보험법은 건보료가 소득의 8%를 넘을 수 없도록 묶어놨다. 법으로 건보료율 상한을 바꾸지 않으면 추가로 건보료를 인상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고령화 진전으로 건보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8% 상한선 유지'는 어려울 전망이다. 문재인 케어에 필요한 건강보험 추가 지출은 5년간 30조6000억원에 달한다. 건보 재정에서 나가는 고령자의 의료비 부담 역시 갈수록 높아진다. 지난해 만 65세 이상 고령자의 입원·진료를 위해 건보에서 나간 돈은 1인당 평균 338만원이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65세로 진입하기 시작하는 내년부터는 이 같은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국회예산정책처는 보험료율 8% 상한을 유지할 경우 2024년이면 건보 누적 적립금이 고갈된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 같은 상황에서 건보가 지속될 수 있을지 젊은 직장인들의 우려는 높다. 경기도의 출판사에 다니는 직장인 조모(32)씨는 "이대로면 은퇴할 때까지 계속 올라가는 보험료 부담만 지고 정작 재정이 말라 내가 필요할 때 병원비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조씨는 "젊고 건강할 때 낸 돈으로 늙고 병들어서 혜택을 받는다는 건보의 취지는 인정하지만, 정권만 생색을 내고 정작 내 부모님 병원비 부담이 줄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보험료 상승을 통한 보장성 혜택을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이 건강보험과 환자에게 청구하는 진료비도 늘어나면서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돈은 늘어나고 있다. 건보 가입자 1인당 월평균 본인 부담금은 지난해 3만1167원으로 전년보다 8.6% 증가했다. 2017년 상승률(7.3%)보다 가팔라진 것이다.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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