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건보료 절반 내는 기업들 "보험료 때문에 직원 채용 부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들끓는 건보료 아우성] [中]

"경제 어려워 수익 줄었는데 지금처럼 보험료율 오르면…"

서울의 한 의류업체 사장(58)은 "정규직원을 한번 뽑으면 건보료 절반을 30년씩 내줘야 한다"며 "지금까지는 감당할 만했지만, 정부가 앞으로 매년 3% 이상씩 보험료율을 올린다고 하면서 건보료 부담이 치솟기 때문에 직원을 더 뽑는 게 꺼려진다는 주변 사장들이 많다"고 했다.

근로자의 건강보험료 절반을 부담하는 기업들도 매년 늘어나는 건강보험료 부담에 신음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올해부터 2023년까지 적용되는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을 수립하면서 건강보험료율을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매년 3.49%, 2023년 3.2%를 올리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내년 직장 가입자의 건보료율은 지난 8월 건강보험정책심의회에서 올해 6.46%에서 6.67%로 3.2% 올리기로 결정했다. 손석호 한국경영자총협회 지역사회팀장은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 건보료율을 인상하게 되면서 근로자는 물론이고 기업들의 부담이 날로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경기 부진으로 기업들의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이 체감하는 건보료의 부담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전산업 매출액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고,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2.2%포인트 하락했다. 손석호 팀장은 "성장 둔화와 수출 감소, 투자 부진으로 지난해 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내지 못한 기업이 3곳 중 1곳에 달할 정도로 기업들이 어려운데 추가 부담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총이나 대한상공회의소 같은 경제단체들이 건강보험 혜택 축소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속도를 조절하는 한편, 세금으로 조성된 국고에서 건강보험 재정을 충당하자는 게 경제단체들의 주장이다. 근로자는 소득세를 내고, 기업들은 법인세를 내고 있기 때문에 세금으로 부담하는 비중을 늘리자는 것이다.

기업들은 사정이 나빠졌는데도 어렵사리 부담한 건강보험료가 병원의 이익만 늘리고 있다고 토로한다. 통계청의 2017년 경제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병원과 의원 등 보건업의 영업이익률은 15.9%로, 전체 산업 영업이익률(6.6%)의 두 배를 넘는다. 2011년 대비 2016년 의사의 월평균 임금 인상률은 29.6%로 같은 기간 근로자 임금 인상률(18.7%)의 1.6배다. 경총은 "상대적으로 높은 의사의 임금 인상률은 의료비 원가 상승을 견인하고 비급여 진료 비중을 높이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정석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