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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8 (토)

[글로벌 트렌드] 세계 커피 소비 늘지만…커피콩 값 급락에 농가 빈곤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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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커피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커피 생두 가격은 지난 3년간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AP통신은 최근 커피 생두 가격이 하락하면서 커피 농가가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가장 많이 팔리는 커피 품종인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가격은 2017년부터 올해까지 40%가량 떨어졌다.

전 세계 커피 소비량이 연평균 2.1% 증가하는데도 커피 생두 가격이 하락한 이유는 공급 과잉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브라질과 베트남이 대형 플랜테이션 농장에 기계를 도입하면서 생산량이 대폭 증대했다. 두 국가는 전 세계 커피 중 55%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소농들은 이 같은 대량 생산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국제 커피 시세가 생산 비용 아래로 떨어지면서 커피 농가 생계가 어려워지는 구조가 된 것이다. AFP통신은 "기계화된 공정 등 생산 방식에 투자할 자금이 있는 농가는 극히 적다"고 전했다.

또 커피 공급의 복잡한 유통 과정도 문제로 꼽힌다. 커피콩 재배부터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가공 시설, 수매 업체, 영농 조합, 도정 공장, 커피 거래소 시장, 수출 업체, 메이저 곡물 회사, 수입 업체, 로스팅 업체, 커피 전문점 등을 거치게 된다. 이 공급 사슬을 거치면서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커피 생두 가격은 같은 기간 유럽이나 북미 카페에서 판매되는 커피 음료 가격의 1~3% 수준이고,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로스팅한 원두커피 가격의 2~6%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커피 생두는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품목이라 일부 지역에서 생산량이 급감해도 커피 가격은 쉽게 오르지 않는다. 1980년대 아프리카 대기근이나 2000년대 초반 동아프리카의 큰 가뭄에도 커피 가격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자연재해로 이 지역 수확량이 크게 떨어지더라도 국제 커피 시세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커피 농가는 생계에 직격탄을 맞는 상황에 처해도 커피 가격으로 보상받기가 어려운 것이다.

커피 생두 가격은 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까지 지속적으로 올랐지만 이후 생산량이 증가해 가격이 내려갔다. 1962년 남미 생산국을 중심으로 국제커피협정(ICA)을 체결하고 이를 소비국까지 확대해 커피 가격의 안정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1989년 자유무역체제로 들어서면서 커피 생두 가격이 급락했다. 또 베트남이 1990년대 저가의 로부스타 커피 생산량을 급성장시키면서 커피 대국으로 성장했다.

지난 3월 열린 세계커피생산자포럼에서는 커피 가격 하락이 '인도적 위기'로 치닫고 있다고 경고하며 긴급 호소문을 냈다. 당시 포럼은 "커피 농가가 궁핍화됨으로써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 40개국 이상의 농촌 지역 내 사회 구조를 파괴하고 있다"며 "빈곤·범죄 증가, 미국과 유럽으로의 대규모 이주를 초래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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