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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8 (토)

[글로벌 트렌드] `아마존고`처럼…매장서 옷 입어보고 주문·결제는 스마트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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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토니 레온 데카트론 CIO가 지난 18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내에 있는 매장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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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스포츠웨어 매장 '데카트론(Decathlon)'. 프랑스에서 시작해 전 세계 52개국에서 1600개가 넘는 스포츠용품점을 운영하는 브랜드다. 그런데 이 회사의 샌프란시스코 매장은 전통적인 스포츠 숍과 유사한 모양이지만 뭔가 다르다.

고객들은 매장에서 자신이 찾는 제품과 유사한 제품들을 찾아 착용감과 제품의 질 등을 체크한다. 그리고 사이즈에 맞는 제품들의 재고를 확인한다. 종업원에게 묻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을 통해서다. 만일 재고가 이 매장에 없다면 스마트폰을 통해 집으로 배달하거나 픽업할 수 있도록 주문이 가능하다. 결제도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경험은 매장에서, 배송과 주문은 스마트폰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유통 시장을 바꾸고 있는 '아마존고'처럼 물건을 오프라인에서 경험하고 각종 주문과 반품, 결제 등 귀찮은 일들은 모바일로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아마존'이 수년간 연구개발을 통해 이룬 이 같은 유통의 혁명을 프랑스에서 갓 미국에 진출한 데카트론이라는 스포츠 브랜드가 어떻게 손쉽게 이룰 수 있었을까?

비결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 제공 회사와 협력했기 때문이다. 미국 고객관리소프트웨어 회사 세일즈포스의 자회사인 '뮬소프트'가 제공하는 '애니포인트 플랫폼'이라는 솔루션을 사용한 것이다. 이 정보기술(IT) 서비스는 온라인과 매장을 연결해 매장과 창고의 재고관리를 로봇으로 진행하고, 제품 판매를 스마트폰으로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토니 레온 데카트론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는 "뮬소프트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고객들은 매장 내에서 경험한 제품들을 스마트폰으로 즉각 구매해 착용하고 매장을 나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문자 그대로, 집어서 가져가세요(Literally Grab and Go)'라고 외치는 아마존고의 모토를 데카트론은 스포츠 용품 영역에서 바로 실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레온 CIO는 이런 디지털 솔루션 덕분에 재고는 로봇이 관리하고, 계산대에 점원들이 필요가 없어진 대신 남는 자원들을 고객관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데카트론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술과 노하우들을 '애니포인트 플랫폼'이 만든 보안저장소에 저장해둠으로써 데카트론 내에 있는 개발자 팀들이 언제든 꺼내 재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데카트론의 주문관리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는 애니포인트 플랫폼 없이 완성까지 1년이 걸렸지만 도입 이후에는 납품 속도가 3배 단축됐다.

디지털 협업을 도와줄 수 있는 기업 간 거래(B2B)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내부적으로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꽤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아마존이나 쿠팡 같은 신디지털 유통회사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홈페이지 코드를 바꾸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변화에 따라 자신들을 바꿔가는 속도가 빠르다는 이야기다. 데카트론과 같이 IT 역량이 아마존 등에 비해 충분하지 않은 회사들도 뮬소프트 등과 같은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빠르게 자신들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다면, 전통적인 유통 회사들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경쟁력을 갖출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데카트론 샌프란시스코 매장은 고객들이 선택할 경우(옵트인) 그들의 정보를 파악해 더 빠른 쇼핑과 상품 추천 등을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어떤 고객이 자전거 관련 제품을 과거에 구매했다면, 새롭게 발매된 자전거 셔츠나 헬멧 등을 추천하는 식이다.

이처럼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유통의 형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아마존처럼 대형 IT 회사만 무인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니라, 뮬소프트와 같은 종합 플랫폼 제공 회사들이 모든 오프라인 매장을 아마존고처럼 만들어 줄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카트론은 우리나라에도 매장이 있으며 주문 시 당일 배송, 5만원 이상 주문 시 무료 배송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들에 대한 개발적인 관리나 아마존고와 같은 무인결제 시스템을 갖추지는 못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변화가 점차 확산된다면 이런 형태의 매장이 우리나라에도 곧 생길 것이라는 예측이 충분히 가능하다.

데카트론뿐만 아니라 나이키 역시 최근 아마존에 온라인 판매를 중단하면서 이 같은 형태의 온·오프라인 융·복합 유통을 만들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 브랜드뿐만이 아니다. 루이비통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디지털 협업을 진행하고 있고, 구찌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은 성공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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