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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이의 있습니다!” 배달산업 양성화하자는 민주노총에 제동 건 라이더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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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계약서 도입으로 배달산업을 양성화하자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의 제안에 플랫폼 기업의 연합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배달 노동자들로 이루어진 라이더유니온은 규탄 성명을 발표하며 반발하고 있다. 표준계약서 도입 움직임은 플랫폼 기업의 ‘위장도급’이라는 핵심 쟁점을 흐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라이더유니온은 21일 ‘배달 노동자의 지위는 거래될 수 없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라이더유니온 요기요지회 조합원들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노동자성 인정과 법원의 잇따른 판결을 통해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 마땅한 제자리를 뒤늦게나마 확인받고 있는 지금, 뜬금없이 표준계약서를 제시하는 것은 플랫폼 기업의 위장도급 행태를 눈감아 주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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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유니온은 “플랫폼 노동은 기존의 노동법으로 보호하지 못하는 회색 지대에 있으니 이들을 보호하는 새로운 규칙을 입법하여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며 “그러나, 그 전에 명확하게 해두어야 한다. 회색지대는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데도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검은 색 영역을 향해 넓혀나가는 적극적 경계여야지, 이미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노동자들로부터 권리를 빼앗기 위해서 흰 색 영역을 안쪽으로 깎아들어가는 소극적 꼼수여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플랫폼 노동은 노동법을 고려장시키는 지게가 아니다. 위장도급부터 적발하여 더 많은 배달노동자를 근로기준법으로 보호하는 것이 순서”라고 했다.

라이더유니온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 대해 “갑질과 불법으로 배달노동자를 괴롭혀온 부릉, 요기요, 배달의 민족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회원사가 아닌가? 표준계약서가 없어서 시장이 양성화되지 않고, 그래서 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할 수 없다고 강변하지만, 애꿎은 계약서는 죄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칙도 없는 시장과 불합리한 낡은 규제 속에서 마치 혁신을 위해 고군분투해온 것처럼 유체이탈 화법으로 포장하지만, 실은 현행법조차 보란 듯 무시하며 전횡을 일삼아온 것에 대해 배달노동자들에게 진정 어린 사과부터 하는 것이 먼저”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에 대해선 “김명환 위원장께 묻는다. 불안정한 고용과 열악한 근로조건에 시달리는 플랫폼 노동자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데, 사회적 대화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플랫폼 기업의 갑질과 불법에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 민주노총의 공식적인 입장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표준약관’, ‘표준계약서’라는 이름으로 제안한 것 때문에 누군가는 이를 근로자성을 회피하기 위한 출구를 만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기존의 표준약관과 표준계약서가 사실상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것이어서 이해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서비스연맹이 제안한 표준약관과 표준계약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제정해서 만들었는지 시행되는지도 모를 그런 것이 아니다”며 “노사정의 합의로 수립된 산업과 노동 시장의 질서가 표준약관과 표준계약서의 형식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산별노조가 산업정책에 개입해 산업 및 노동시장의 질서를 세우는 것처럼 ‘노사정이 합의한 배달산업의 기본협약’의 의미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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