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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새벽 4시 작업 중 발화 추정…급속히 번져 구조요청 못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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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상 어선 화재

새벽 2시50분에 마지막 교신…인근 어선이 연기 보고 신고

화재 원인, 인양해야 나올 듯

경향신문

19일 오전 제주 차귀도 서쪽 해상에서 화재가 발생한 대성호 선체가 뒤집힌 채 선미만 물에 떠 있다(원 안). 배에는 한국인 6명과 태국인 6명 등 모두 12명이 타고 있었다. 제주해양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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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 1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실종한 대성호 화재는 마지막 교신 시간을 종합할 때 19일 오전 4시 안팎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 원인은 아직 알 수 없다. 제주해경은 실종자 수색 작업 완료 후 선체를 인양해야 정확한 화재 원인을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해경에 따르면 대성호는 2002년 건조된 어선으로, 지난 8일 오전 10시38분 경남 통영시 통영항을 출항해 제주 인근 해역에서 갈치잡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오후 8시38분 입항할 예정이었다.

대성호 화재를 처음 신고한 인근 어선 ㄱ호는 19일 오전 2시50분까지 대성호와 교신하며 투망 작업을 했다. ㄱ호는 작업 이후 대성호와 8㎞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다 오전 6시쯤 대성호를 다시 호출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은 점을 이상하게 여겨 이동했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성호에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와 자동위치발신장치(V-PASS)가 설치돼 있었다. 해경이 파악한 결과 이날 오전 4시15분 사고 지점 인근인 제주 차귀도 서쪽 78㎞에서 선박자동식별장치 신호가 마지막으로 포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성호가 마지막으로 조업한 시간과 선박자동식별장치 신호를 감안하면 이날 오전 4시 전후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시간 선원들은 조업을 위해 그물을 던진 후 고기가 잡히기를 기다리며 잠시 휴식을 취했을 것으로 보인다. 갑자기 화재가 발생했고, 구조를 요청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대성호 전체에 불길이 급속도로 확산됐을 가능성이 크다. 선박 소재는 화재에 취약한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확인됐다.

사고 소식을 듣고 유가족 3명과 실종자 가족 6명 등 9명이 오후 5시쯤 제주를 찾았다. 제주해경서를 찾은 가족 중 일부는 실종 소식에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또 다른 가족은 “끔찍한 일이라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며 침통해했다. 출항지인 경남 통영시청 2청사에 마련된 가족 대기실에도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속을 태웠다.

선원 이모씨(61)의 아내는 “출항일인 지난 8일이 남편 생일이라 늦게나마 미역국을 끓여놓고 선물도 준비해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함정·선박 18척과 항공기 6대를 동원해 야간수색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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