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정몽준 복심`…확고한 리더십으로 대우조선 인수 성공의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성공시켜야 하고,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번 인수는 우리가 여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의 생존을 위해, 나아가 한국 조선업의 공멸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이자 사명이라 생각하고 조금만 더 노력해주길 바란다. 저도 한국 조선해양의 성공을 '마지막 소임'으로 삼겠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은 7월 그룹의 관계사 임원 가족에게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냈다. 그동안의 고통 분담에 대한 감사의 뜻과 함께 조선산업 재도약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 편지에는 현대중공업그룹이 19일 단행한 인사의 배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권 회장이 강조한 대로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두 개의 큰 산이 버티고 있다.

하나는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6개 국가에서 이뤄질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한국에 대한 추가적인 경제보복 조치로 기업결합심사를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한 국가라도 인수를 반대하면 양사의 합병은 불가능하다. 다른 하나는 노조 문제다. 현재 현대중공업 노조와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합병을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양사 노조 모두 합병에 반대하며 4시간, 8시간 파업 및 서울 상경 파업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7년 최길선 전 회장이 물러난 이후 2년간 공석이었던 회장 자리에 권 회장을 발탁하며 대우조선해양 인수 마무리라는 중책을 맡은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각종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더욱 확고한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그룹 최고경영자로서 권오갑 회장이 그 역할에 더욱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최측근으로 꼽힐 정도로 오너로부터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그룹이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거나 굵직한 변화를 겪을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판해 성과를 내 왔던 전문경영인이다.

권 회장은 19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회사의 걸음마 시절부터 세계 1위 조선소에 오르기까지 처음과 끝을 함께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권 회장은 2010년 현대오일뱅크 사장으로 부임하자마자 '구원투수'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영업경쟁력을 가지려면 구성원 모두가 영업사원이 돼야 한다"며 주요 임원들과 함께 주유소 현장근무를 하는 등 솔선수범에 나서며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켰다. 그 결과 당시 침체를 겪던 정유업계에서 현대오일뱅크는 유일하게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권 회장이 최고경영자로 부임한 이듬해인 2011년 현대오일뱅크는 594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3년 내내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2014년 9월 현대중공업의 구원투수로 투입됐을 때에도 소통에 공을 들였다. 노조가 강경 입장을 고수하자 노조를 달래기 위해 며칠씩 출근길 정문 앞에서 "한 번 더 믿어달라"며 일일이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권 회장은 칼을 빼 들 필요가 있을 때는 주저하지 않는 과단성과 추진력도 보였다. 조선업 불황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이 위기에 처한 2014년 현대중공업 구조조정을 강행하면서 경영 정상화에 주력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권 회장은 채 2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직원 수를 4500명 넘게 줄였다. 이런 노력 덕분에 2014년 2조원가량의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은 수주절벽과 유가 하락,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삼중고(三重苦)' 속에서도 2016년 흑자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노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