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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도요타車 사원, 상사 갑질에 극단선택…"업무상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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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죽는 게 낫겠다' 폭언에 반복적인 질책받아

연합뉴스

도요타 자동차 로고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도요타자동차 사원이 상사의 횡포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와 후진적인 조직 문화가 다시 부각하는 양상이다.

19일 교도통신과 공영방송 NHK의 보도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를 관할하는 도요타(豊田)노동기준감독서는 2017년 도요타자동차 사원(당시 만 28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해 상사가 직무상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괴롭힌 것이 원인이라고 결론을 짓고 업무상 재해라고 판정했다.

유족의 법률 대리인을 맡은 변호사는 남성이 상사로부터 일상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설명했다.

이 남성은 직속 상사로부터 '바보', '죽는 게 낫겠다'고 하는 등 폭언을 일상적으로 들었고 반복해 질책을 당했으며 이로 인해 적응 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변호사는 밝혔다.

그는 3개월간 휴직했다가 복직해 다른 상사 밑에서 일했으나 손이 떨리거나 간단한 실수가 반복되는 등 업무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주변에 '죽고 싶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은 결국 재작년 10월 회사 기숙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성의 상사는 사내 조사에서 폭언했다는 것을 대체로 인정했다.

유족은 올해 4월 '상사가 업무 지도 범위를 넘어서는 언동을 했다'고 주장하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했고 노동기준감독서는 유족의 주장을 거의 인정했다.

사망한 남성은 도쿄대 대학원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2015년 4월 도요타자동차에 입사했으며 2016년 3월부터 아이치(愛知)현 도요타시 소재 본사에서 차량 설계를 담당했다.

유족은 "회사가 대처했으면 '파와하라'를 미연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재해 인정을 계기로 직장 환경을 개선하도록 노력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파와하라는 '파워 해러스먼트'(power+harassment)를 일본식 발음으로 줄여 만든 단어로 직장이나 일터에서 상사 등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부하를 괴롭히는 행위를 의미한다.

도요타자동차 측은 "노동기준감독서의 결정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업무상 재해 방지와 사원의 건강 관리를 위해 앞으로 한층 노력하고 싶다"고 반응했다.

파와하라 등 직장 내 괴롭힘은 일본 사회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18년도에 전국 각지의 노동국 등에 접수된 민사상 노동 문제 상담 가운데 파와하라를 포함한 괴롭힘 등에 관한 사안이 8만2천건에 달해 전년도보다 약 1만건 늘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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