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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이철희, 표창원에 이어 임종석, 김세연까지…세대교체·물갈이론 들불처럼 번지나? [일상톡톡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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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새롭게 출범할 '21대 국회', 무언가 확실히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 더 높아질 듯

세계일보

(왼쪽부터)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17일 정치권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자유한국당 3선 김세연 의원 등 여야 '거물급' 인사들의 내년 총선 불출마 소식에 크게 술렁였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 등지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설 것이라는 예측을 깨고 임 전 실장이 돌연 불출마 뜻을 밝히고, 나아가 사실상의 정계 은퇴까지 시사하면서 여권이 크게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한국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원장인 김 의원이 자신의 불출마는 물론, 당 지도부와 의원 전체가 총사퇴하고 당을 해체해야 한다는 강경 메시지를 던진 것을 두고 야권 역시 동요하는 모습이다.

◆'일요 폭탄 선언'에 정치권 술렁

임 전 실장과 김 의원의 이날 불출마 선언으로 여야 양쪽 진영의 '인적쇄신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총선 판도가 흔들리고 보수통합과 정계개편 등 정치권 핵심 이슈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야를 막론하고 세대교체와 '물갈이' 여론에 불이 붙고, 관련 움직임의 가시화도 빨라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에 쇄신을 요구하고 있으니, 오늘의 불출마 선언이 일정하게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를 떠나 지난 3월 복당하면서 "당이 요청하면 언제든지 당을 위해 헌신할 생각"이라고 했던 임 전 실장의 '폭탄선언'에 민주당은 '금시초문'이라며 놀란 분위기다.

이해식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실은 상당히 중요한 자원인데 어떻게 보면 당으로선 손실일 수 있다"며 "근본적인 고민을 통해 개인적인 결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임 전 실장이 서울 종로의 현역 의원인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끝내 '지역구 교통정리'를 하지 못한 것이 이런 결단의 한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임 전 실장이 속한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이 민주당 내에서 오랫동안 기득권을 지켜왔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임 전 실장의 불출마 시사가 또 다른 86그룹 인사들에게도 일종의 자극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 중 가장 상징성이 짙은 임 전 실장의 불출마가 수석·비서관·행정관급을 아울러 40여명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청와대 출신' 총선 출마자들에게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읽힐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앞서 불출마를 선언한 '친문'(친문재인) 핵심 양정철 민주연구원장도 '청와대 출신'의 대거 출마로 당내 불만과 갈등이 생길 소지가 있다고 우려하면서 "청와대나 대통령을 팔아 덕을 보려는 사람들에게 필요하면 '악역'을 할 생각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중진 용퇴론' 거세질까?

한국당에서는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중진 용퇴론' 등 인적 쇄신에 대한 목소리가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한국당에서는 지난 5일 재선 김태흠 의원이 '영남권·강남 3구 중진의원 용퇴 및 험지 출마'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이후 초선·재선들의 쇄신 촉구가 잇따랐지만, 초선 유민봉·재선 김성찬 의원의 불출마 선언 외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던 상황이었다.

한 재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40대 젊은 의원이 결단을 내린 만큼 당내 중진들에게는 용퇴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며 "김 의원이 (쇄신의) 물꼬를 텄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의원이 주장한 '당 해체'와 의원직 총사퇴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있다.

영남권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당을 해체한다고 하며 당직(여의도연구원장)을 유지하는 것은 자기모순이 아니냐"라며 "순수하게 불출마했으면 좋았을 텐데 참으로 실망"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향후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이끄는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등과의 보수통합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유 의원과 함께 바른정당을 창당했다가 한국당에 복당했다.

한국당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당을 해체한 다음 새롭게 꾸리자는 김 의원의 주장은 유승민 의원의 제안과 유사하다"며 "보수진영 전체가 어떻게 새롭게 리모델링하고, 혁신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변혁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김 의원 같은 개혁 성향 인재가 빠져나가면서 한국당에 (통합에 부정적인) 그런 사람들만 남는 게 아닐까 싶어 걱정"이고 전했다.

◆정기국회 지나면 '중진 용퇴' 가시화할 수도

한편 임 전 비서실장은 출마할 지역구가 어디냐가 문제였지 총선 도전은 대권가도로 진입하기 위한 몸풀기쯤으로 여겨졌던 측면이 있다.

김 의원의 경우에는 자유당으로 쏠린 부산지역 민심을 고려하면 4선 확보가 사실상 떼놓은 당상일 수 있는데 이런 결정을 한 것 자체가 난데없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라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우선 임 전 실장의 '다 내려놓기'는 정치인 임종석 개인의 문제로 끝날 일이 아니라 당장 그로 대표되어 왔던 여권 내 386 정치인들에 대한 '총결산' 작업이 뒤따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386세대는 한때 우리 사회의 미래자산이었고, 실제로 여의도 정치권으로 시차를 두고 대거 유입되어 강력한 연대를 구축한 정치 세력으로 집단화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특혜와 기득권에 갇힌 일군의 기성 정치인 무리로 급격하게 위상이 추락하면서 외부로부터 환골탈태를 요구받아온 터였다. 이런 배경에서 정계 은퇴까지 암시한 임 전 실장의 '퇴장'은 동류집단 정치인들에게 그에 버금가는 선택을 강제하게 될 공산이 크다.

여권 내부 차기 대권 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해진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안희정을 필두로 이재명, 김경수, 조국으로 이어져 온 '대선주자 소거 노트'는 결국 임 전 실장에까지 이르렀다. 이들 중에 일부 주자들의 기사회생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본선 무대의 경쟁력 있는 대선후보로 거듭나기에는 정치적 내상의 깊이와 환부의 크기가 심각한 지경이다.

결국 범여권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필승 후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다음 바통을 이어받을 주자를 고르는 작업은 어쩌면 위기이자 기회일 수도 있다.

온순한 성정이 트레이드마크인 김 의원의 예상을 뛰어넘는 공격적 불출마 선언이 한국당의 구각을 깨뜨릴 충분한 충격파가 될지도 관심거리다.

한국당은 3선 이상 중진 용퇴문제를 놓고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식 만만디 눈치작전으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보여준 당의 퇴행성과 자기최면, 무전략 등이 임계치에 이르렀음을 김 의원의 사퇴 선언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따끔한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내년 4월 총선을 거치며 구성될 21대 국회는 무언가 확실히 달라져야 한다며 초선인 이철희, 표창원 의원의 선도적 불출마 선언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사위어가려고 하려던 참에 마침 임종석, 김세연 두 여야 중견 정치인의 불출마 선언은 새 정치를 향한 큰 물줄기를 형성할 수 있는 천금 같은 환경을 만들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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