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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경남 도로교통시설 설치 관리 '엉망'…혈세 '줄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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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감찰 186건 적발…안전 무시 관행 '여전'

도내 어린이보호구역 시설 기준 대부분 미준수

도로 점용료 미부과 8억 4600만 원, 공사비 낭비·부당 청구 혈세 '줄줄'

위법 4건 고발, 공무원 121명 신분상 조치 요구

경남CBS 최호영 기자

노컷뉴스

도로에 폐아스콘 방치(사진=경남도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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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대다수 도로교통시설이 부적합하게 설치됐거나 소홀하게 관리되는 등 안전 무시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 억 원에 이르는 도로점용료를 부과하지 않아 세입 손실을 초래하고 공사·관리비를 제대로 책정하지 않는 등 혈세도 줄줄 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상남도는 올해 6월 20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창원과 통영, 의령, 남해 등 12개 시군을 대상으로 도로교통시설 설치와 관리 실태에 대한 안전 감찰을 벌여 186건의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전국 교통사고 발생과 사망자 수가 매년 소폭 감소하고 있지만, 경남은 지난해 사망자 감소세(2.7%)가 전국 평균(9.7%)에 못 미치고, 사망자 가운데 보행자 사고 비율이 높아 이번 안전감찰을 하게 됐다고 도는 설명했다.

우선 도는 도내 어린이보호구역 934곳을 포함한 보호구역 1001곳 가운데 표본 감찰을 벌였다.

그 결과 어린이보호구역 내 164개 시설이 부적합하게 설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522개 시설은 설치 현황과 관리 카드 기재 현황이 불일치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실제 일부 군 지역에서는 보호구역을 과도하게 지정해 운전자의 통행 불편을 만든 반면, 4개 시군은 시설이 폐원됐음에도 보호구역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6개 시군에서는 29개 보호구역을 인접한 보호구역과 통합해 관리가 가능하지만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2011년 경찰청으로부터 보호구역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권한이 지자체로 이양돼 보호구역 지정·관리 계획을 수립해야 하지만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었다.

특히,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 차량으로 인한 사고 발생이 증가하는 등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한 곳이지만 5개 시군에서는 주정차 과태료 1만 2360건에 대한 4억 3497만 원을 가중 부과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교통안전시설의 경우 일부 시군에서 주행 경로를 벗어난 차량의 이탈을 방지하는 방호울타리에 대해 지주보강재를 시공하지 않거나 충격 흡수 시설의 기능이 없도록 시공하기도 했다.

심지어 가드레일 보 붙임 방향을 반대로 시공하거나, 앵커용 지주 시공 부실로 방호울타리가 전도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과속방지턱도 기준에 못 미치는 엉망 수준이었다.

도내 8065곳에 대한 과속방지턱 일제 조사 결과, 설치 제원이 부적합한 곳이 2689곳(33%)이었고 속도제한 미설정은 6541곳(81%)에 달했다.

안전표지 미설치 3399곳(42%), 도색 부적정 2536곳(31%) 등 과속방지턱이 대부분 시설 기준에 부적합하게 방치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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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레일 지주 지지력 미확보로 전도(사진=경남도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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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과 보안등은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정기적으로 점검을 벌여 시군에 통보하고 있지만 7개 시군은 부적합 판정을 받은 92개 시설을 2년 이상 방치해 전기 감전사고 등에 노출돼 있었다.

특히, 가로등 15곳이 4년 연속 부적합 판정을 받았는데도 방치하는 사례도 드러났다.

터널 등 50여 개 시설의 경우 '도로터널 방재시설 설치 및 관리 지침'에 따라 실측 교통량 등을 조사해 방재등급을 재평하고 방재시설을 조정해야 하지만 방치하고 있었고, 정기·정밀 안전점검 등이 기한이 넘었지만 완료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도로점용(연결) 허가의 경우 지방도와 위임국도에 근린생활시설 진출입로 연결을 할 때 변속차로의 최소 길이(감속 25m, 가속 50m)를 확보해 허가해야 하지만 11개 시군의 35곳은 이를 지키지 않았는데도 허가를 내줬다.

도로점용 허가 8894건 가운데 46%인 4096건은 점용공사 완료 후 준공 확인을 받지 않았으며, 점용허가 사업장에 자재와 폐콘크리트, 폐아스콘 등을 방치하고 있었다.

도로점용료는 도와 시군의 중요 세입원임에도 8개 시군은 최근 5년 간 2729건, 8억 4666만 원을 부과하지 않아 세입 손실을 초래했다.

교통영향평가에 따른 개선 필요사항에 대한 이행 여부를 확인한 결과 표지판과 반사경, 자전거거치대, 과속방지턱, 횡단보도 등이 설치되지 않았지만 사용 승인을 하는 등 도내 공동주택 4곳의 23개 교통안전시설이 미설치 또는 부실하게 설치된 사실도 확인했다.

모 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 정비 등 8건의 공사의 경우 불필요한 부분에 미끄럼 방지 포장을 설계에 반영하는 등 2억 3256만 원을 낭비했고, 대형화물 운송로 개설공사 등 6건은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허위 계산서 발행, 설계내역서 중복, 환경보전 인건비 중복 등으로 1억 6880만 원을 부당하게 청구해 지급했다.

도로를 굴착하려면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 통행 안전을 확보해야 하지만 10개 시군 474건의 공사는 이를 지키지 않았고, 농어촌도로 확포장공사 등 6건의 경우 사토물량 과다계상 등으로 2억 2279만 원을 과다 집행했다.

도는 이번 감찰에서 확인된 186건 가운데 106건에 대해 '시정' 조치하고, 80건은 '주의' 요구했으며, 위법한 4건은 고발했다.

또, 11억 1838만 원에 대해 회수·부과 등 재정적 조치를 했다.

그리고 인허가 업무 등을 소홀히 한 관계 공무원 121명에 대해 신분상 조치를 해당 시군에 요구했다.

신대호 도 재난안전건설본부장은 "교통약자를 보호하고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통일된 시설 기준을 준수하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이번 안전 감찰에서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안전무시 관행이 드러남에 따라 지속적인 감찰 활동으로 안전 의식이 고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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