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6165945 0042019110956165945 04 0401001 6.0.16-HOTFIX 4 YTN 0

"수어는 나의 언어"…대안학교 '소보사'의 도전

글자크기

[앵커]
손과 표정으로 말을 한다는 것.

'수어'를 하는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청각 혹은 언어에 장애가 있다고만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수어' 그 자체에 대해 잘 생각해보신 적은 있으신가요?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이 시행되면서, 한국 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하지만 농인을 위한 교육 현장은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이는 데요.

남은 과제를 농인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에서 찾아봅니다.

[리포트]
숲과 논밭 사이에 한적하게 건물이 서 있습니다.

농인을 위한 대안학교인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 일명 '소보사' 건물입니다.

'소보사'의 하루는 아이들끼리 동화책을 읽어주는 일로 시작합니다.

취재진에게는 아무 목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아이들은 손으로 소통하고 웃습니다.

'소보사'에는 어린이 네 명과 초중고 학생 세 명이 다닙니다.

특수학교가 아닌 '소보사'를 굳이 택한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박예준 / 고등학교 2학년 : 특수학교에서는 수어를 능숙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항상 하는 상태에서 수어를 보조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렇게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었는데 '소보사'에 와서 그것이 제대로 된 수어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는 농인을 위한 특수학교가 14개 있습니다.

하지만 특수학교 교사 모두가 수어를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수학교에서 수어 통역사 자격증을 가진 교사는 10%에도 못 미칩니다.

또한 특수학교가 수어를 농인의 언어로 존중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김주희 / 대안학교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 대표 : (특수학교는) 대부분 인공와우 수술을 하거나 보청기를 하는 학생들을 위해서 일종의 청각을 지원하는 학교인 거예요. 아이들이 발음을 계속 사용하게 하고 선생님 입 모양을 많이 보게 하고…. 어떻게든 수어가 아니라 말을 잘하고 잘 듣고 그렇게 청인처럼 살아가는 게 우리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시거든요.]

'소보사'는 농인들이 자신의 언어인 수어로 당당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2017년 세워졌습니다.

모든 수업이 수어로 이루어지는 소보사.

수어를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수어를 통해 농인의 정체성을 키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홉 살 나이에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오스카 씨.

우즈벡에서 쓰던 수어와 여기서 배운 수어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오스카 / 12살 : 우즈베키스탄 수어로 '안녕하세요'는 이렇게, 한국 수어로는 이렇게 해요. 처음 '소보사'를 만났을 때 한국 수어를 잘 몰라서 고생했다가 수어를 재미있게 하게 되었어요.]

오전 수업을 마치고 학교 밖으로 나간 아이들.

바람도 쐴 겸 오후에는 근처 공원에서 수업하기로 했습니다.

각자 고른 책 내용을 사람들 앞에서 설명합니다.

수어는 말로 하는 한국어와 문법부터 다르기 때문에, 한국어 글자는 농인에게 외국어와도 같습니다.

[유현주 / '소보사' 교사 : (보통) 청인(비장애인) 부모들이 농인 자녀에게 말로 책을 읽어주는데, 농인 아이들 머리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요. 같은 농인의 언어로 접근해줘야 아이들의 상상력도 풍부해지고 더 즐겁게 책을 읽고, 시야를 넓힐 수 있기 때문에….]

수어를 통해 자신감과 상상력을 키워가는 농인 아이들.

꿈이 너무 많아서 하나로 정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이상일 / 12살 :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게임 연구를 하고 싶고, 영화를 만드는 것도 하고 싶고 운동도 하고 싶고.]

[오스카 / 12살 : 유도 선수도 하고 싶고 메달도 따고 싶어요. 나머지 꿈이 뭐냐면 마임 연기나 공연을 하고 싶고 또 옷에도 관심 많고. 여러 가지요.]

[박예준 /16살 : 패션 관련된 일로 갈까 하는 것도 있지만, 또 제가 좋아하는 것, 맞는 게 있을까, 열심히 꿈을 찾아보는 중이에요.]

농인 아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게, 우리나라 특수학교에서도 수어로 자유롭게 공부하는 환경을 마련해야 합니다.

농인에게 수어란, 비장애인에게 한국어와도 같은 자신의 모국어이기 때문입니다.

[저작권자(c) YTN & YTN PLU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한민국 24시간 뉴스 채널 YTN 생방송보기
▶ 유튜브에서 YTN 돌발영상 채널 구독하면 차량 거치대를 드려요!
▶ 네이버에서 YTN 뉴스 채널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