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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실리콘밸리서 정의선이 던진 말, 항공택시·스마트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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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현지 시각) 현대차그룹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피어 27' 행사장에서 개최한 '모빌리티 이노베이터스 포럼(MIF) 2019'. 비공개였던 기조연설자가 무대 위로 올라서며 포럼이 시작했다. 남색 니트에 베이지색 면바지, 가죽 스니커즈 차림으로 깜짝 등장한 연설자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었다. 그는 발표 첫 화면에 24년 전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앞에서 찍은 유학 시절 사진을 공개했다. "제가 저 때는 머리카락이 있었다"고 하자, 모빌리티·금융·투자 업계에서 온 관객 1000여명이 웃음을 터뜨렸다.

조선비즈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7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모빌리티 이노베이터스 포럼 2019'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넓은 인문학적 관점에서 인간 중심의 모빌리티, 미래 도시 계획을 연구 중"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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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회장은 유창한 영어로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전기차, 마이크로스쿠터와 같은 혁신 모빌리티가 무슨 소용이냐"며 "넓은 인문학적 관점에서 인간 중심(human-centered)의 모빌리티, 미래 도시 계획을 연구 중"이라고 했다. 이번 행사는 현대차의 해외 혁신 거점 '크래들(Cradle)'이 4번째 개최한 연례 포럼으로, 정 부회장이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정의선 '깜짝 등장'

그는 이날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이어진 행사 내내 자리를 지키고 앉아 5시간 동안 모든 참가자의 발표를 경청했다. 양옆에 앉은 차량 공유업체 그랩의 공동창업자 후이링 탄, 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의 창업자 마테 리막과 귓속말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현대차는 이번 행사에서 수소 중심의 스마트시티부터 차량 공유, 자율 주행, 항공 택시, 개인 비행기, 장애인을 위한 자율주행 등 다양한 화두를 던졌다. 현대차와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브라운대 연구진은 박쥐에서 착안한 비행 기술, 기수(騎手)와 교감하는 말에서 영감을 얻은 인간-차 간 의사소통, 가상현실(VR)을 활용한 보행자의 움직임 예측 등 신기술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본지와 만나 "여기(실리콘밸리)는 우리가 배우려는 곳"이라며 "(다른 기업들이) 편하게 얘기하도록 하고, 우리는 뒤로 빠져서 많이 들으면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겠다"라고 했다. 이어 "오픈이노베이션(개방 혁신)을 통해 주요 기업들과 함께 생각을 공유하고, 맞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공무원처럼 일하지 말라"

현대차가 실리콘밸리에서 이런 행사를 가진 것은 '개방 혁신'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최근 사내 최고경영진 회의에서도 "10~20년 뒤면 현재 10여곳인 자동차 기업이 5곳으로 줄어들 것" "삼성, 애플, 구글과 경쟁해야 하는데 7년에 새 차 한 대 만드는 속도로는 어림없다"는 말이 나올 만큼 위기감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수년 전 현대차는 해외 혁신기업에 대해 투자를 하려고 했지만, 관련 부서들이 깐깐하게 검토하면서 타이밍을 놓친 적이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해당 부서에 "공무원처럼 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이후 1년에 한 건씩 이뤄지던 투자가 이듬해부터는 20~30건씩으로 대폭 늘었다. 현대차는 자율주행을 넘어 2023년에는 항공 택시를 개발할 계획이다. 항공 택시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시기는 2029년으로 보고 있다. 또 2050년에는 스마트도시를 만든다는 그림도 그리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실리콘밸리 벤처투자가인 페리 하(Ha) 드레이퍼아테나 대표는 "기존 사업에 머물러 있던 현대차가 혁신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박순찬 특파원(ideac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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