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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순간적인 다이내믹 필살기, 삼보만의 매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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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금 대한삼보연맹 회장… 영화 제작자에서 '삼보맨' 변신

16년 만에 한국 선수 500명 돼

청주 세계삼보대회 총책임자로… 85개국 1000명, 역대 최대 규모

"삼보는 순간적인 몸동작으로 상대를 쓰러뜨리는 매력적인 경기입니다."

6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세계삼보연맹(FIAS) 임원진 마중을 나온 문종금(61) 대한삼보연맹 회장에게 삼보 동작을 요청하자, 순식간에 옆에 있던 연맹 직원의 목을 졸랐다. 그는 "낯설지만 이처럼 다이내믹한 필살기를 쓰는 것이 삼보의 매력"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문종금 대한삼보연맹 회장이 삼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낯설지만 다이내믹한 필살기를 쓰는 것이 삼보의 매력"이라고 했다. /대한삼보연맹


문 회장은 7일 충북 청주 석우문화체육관에서 개막하는 세계삼보대회의 총책임자다. 삼보(SAMBO)는 러시아어로 '무기 없이 자기를 보호하는 기술'이라는 의미다. 우리의 태권도처럼 러시아 국기(國技)다. 이번 대회는 85개국 1000여 명이 참가해 역대 삼보대회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FIAS 명예회장, 격투기계 최강자로 군림했던 표도르 예밀리야넨코가 홍보대사다.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문 회장은 "작년 루마니아에서 열린 세계삼보연맹 총회에서 2019 세계대회 한국 유치를 따내고서 겁이 덜컥 났다"며 "하지만 이제 모든 대회 준비가 끝나 여러분들이 와 즐겼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회장은 2003년 삼보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인물이다. 젊은 시절 영화배우·감독, 영화 제작·수입업자였던 그가 지난 16년 동안 삼보를 위해 인생을 바친 데는 사연이 있다. "인생에 작품 하나는 남기자는 게 좌우명이었어요. 영화 '아이엠 샘'을 들여와 제법 돈을 만져 겁이 없었지요. 그런데 메가폰을 잡고 제작한 영화 '싸울아비'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실의에 빠져 지내던 중 러시아 삼보연맹에서 삼보의 한국 보급을 요청해 왔지요."

당시 바실리 셰스타코프 세계삼보연맹 회장이 한국에 삼보를 보급하기 위해 국내 격투기 단체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자, 주한 러시아 대사가 문 회장을 소개했다. 합기도 7단으로 새로운 도전을 모색 중이던 문 회장이 삼보와 인연을 맺은 계기였다.

2003년 사단법인 대한삼보연맹을 창설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워낙 선수층이 얇은 데다 비인기 종목이라 대회 때마다 후원사 하나 제대로 없었다. 그럴수록 문 회장은 사재를 털어 대회를 치르면서 오기가 생겼다고 한다. 그의 노력으로 삼보 선수 한 명 없던 한국은 500여 명의 선수를 거느린 나라가 됐다. 러시아와 동유럽의 전유물이었던 세계대회를 한국에 유치한 것은 반전이었다.

그는 "셰스타코프 회장은 푸틴 대통령과 중·고·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유도와 삼보 파트너"라며 "푸틴 대통령은 이번 대회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친서까지 보내줄 정도로 관심이 많다"고 했다.

문 회장은 2013년 푸틴 대통령 방한 때 청와대 한·러 정상회담이 30분 지연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이 당시 호텔을 찾아간 문 회장과 삼보 선수단을 보고 즉석에서 환담을 나누다가 그만 정상회담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문 회장은 "삼보는 2024년 파리 올림픽 종목 채택을 노리고 있다"며 "이번 세계대회가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보는 세계 120국에서 450만명의 선수가 활약 중이며, 이번 대회는 유로스포츠 채널이 70개국에 생중계한다.



[정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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