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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순천식 도시재생 중앙·향동, 옛 모습 고스란히 살렸다…원도심이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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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달 30일 전남 순천시 도시재생 사업지구인 중앙동 패션의 거리를 찾은 관광객들이 거리를 돌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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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시 향동·중앙동 일대엔 봇짐장수 둘이 겨우 엇갈려 지나던 골목길이 그대로 남아 있다. 숨바꼭질하는 어린이들, 장작 팔러 다니는 나무꾼 등 골목의 역사를 일러주는 흑백사진도 담장 곳곳에 걸렸다. 금목서 향기가 가득한 골목엔 국화·맨드라미·베고니아 등 가을꽃 화분들이 집집 대문 앞에 서 있다. 골목 어귀엔 ‘도란도란’ ‘마실’ ‘가로수길’ ‘풀꽃’ ‘오가다’ 등 정다운 간판을 붙인 가게들이 자리했다. 이곳은 순천시가 2014년부터 4년간 원도심을 살리기 위해 도시재생사업을 벌인 곳이다.

지난달 30일 오전 1시간여 이곳 골목을 돌아본 일행 9명이 사업 중심지인 문화의거리에 섰다. 이들은 옛 도시 흔적을 찾아 답사를 다니는 대학교수·연극감독·축제기획자 등이다. 도시여행가이드 허승규씨는 “옛 모습을 고스란히 살린 도시재생사업이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향동·중앙동은 순천시의 원도심이다. 조선 말까지 전남 동부지역을 다스리던 순천부 읍성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바로 옆 중앙로엔 백화점이 자리하는 등 1990년대까지만 해도 중심가였다. 그러나 도시가 동쪽으로 급속히 뻗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변두리가 됐다.

시민 주도로 아이디어 모아

빈집 매입 예술촌 등 재단장

실개천 만들고 성터도 복원


주민이탈이 가속화하면서 빈집이 187가구로 늘어나자 2014년 순천시가 도시재생사업에 나섰다. 순천시는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모았다. 원래 모습을 흐트러뜨리지 않아야 하고, 주민 주도로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는 요청이 많았다. 이에 순천시는 지원만 하고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모든 사업을 결정하도록 했다. 2년여 동안 주민 위주로 사업계획이 꾸려졌다.

순천시는 주민 요청대로 가장 먼저 빈집 4곳을 사들여 ‘창작예술촌’ ‘김혜순 한복공방’ ‘아트 스튜디오’ ‘창작마당’으로 재단장했다. 지역 출신 예술가들이 작품활동을 하고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다.

주민 김정진씨는 “전시·공연이 수시로 이뤄지고 한복디자이너 김혜순씨의 한복쇼가 자주 열리면서 스산하던 동네 분위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로 701년이 된 성터 일부를 복원하고, 마을 뒷산에서 내려오는 자연수로 동네를 도는 실개천을 만들었다. ‘영화관’ ‘생활문화센터’ ‘청년센터’도 열었다. 하룻밤을 무료로 자고 갈 수 있는 3칸짜리 여인숙도 만들었다. 이런 시설이 들어서면서 마을이 다시 온기를 되찾자 집을 비우고 나갔던 주민들이 돌아왔다. 나머지 빈집도 법률적으로 문제가 된 5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팔렸다.

떠났던 주민들 다시 돌아와

카페·공방 등 300곳 들어서


현재 이곳엔 2~3년 새 카페·서점·음식점·공방·생활자기·사진·귀금속·천연염색·미장원·게스트하우스 등 300여곳이 들어섰다. 집을 수리하는 ‘고쳐드림’ ‘도시여행협동조합’ 등 사회적기업 40개가 생기면서 일자리 156개도 덤으로 얻었다.

이런 성과가 인정돼 지난달 24~26일 이곳에선 중소도시로는 처음으로 정부 주관 ‘도시재생 한마당’이 열렸다.

양효정 순천시 도시재생과장은 “주민에게 재생사업을 맡기면서 속도는 느렸지만, 그 내용은 더욱 내실 있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글·사진 배명재 기자 ninapl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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