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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논·밭 메워 사설주차장 80곳…인천공항 주변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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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거점 주차대행 업체, 해외 여행객에 돈 받고 임시 보관

싸고 편리해 이용 늘어…차량 파손 등 민원도 끊이지 않아

공항공사 “불법영업” 단속에 업체들은 “생존권 위협” 항의

경향신문

인천공항 사설주차대행업체들이 해외 여행객들의 차량을 용유도의 나대지에 주차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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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인천공항 외곽 용유도 도로 주변 곳곳은 주차된 차량들로 빼곡했다. 차량들이 주차된 곳은 흙으로 메운 논이나 정지작업을 벌인 밭이다. 나대지나 주택 앞마당에도 차량들이 늘어서 있었다. 출입을 막는 펜스까지 설치돼 있지만 주차장 영업 허가를 받은 곳은 아니다. 인천공항 바로 옆에는 산을 깎아 조성한 차량 500대를 주차시킬 수 있는 5층 규모의 주차빌딩도 들어서 있다. 뒤편 산길을 올라가자 나무를 베어내고 평지화 작업을 벌이고 있는 넓은 땅이 보였다. 이곳에도 차량 7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조성될 예정이다.

이들 모두 인천공항 사설 주차대행 업체들이 차량을 임시 보관하는 곳이다. 사설업체들은 인천공항 이용객들에게 인터넷으로 사전신청을 받아 차량을 인수한 뒤 공항 인근 공터 등에서 차량을 보관하다 여행객이 도착하면 다시 공항으로 가져다준다.

인천공항 주변인 용유도와 영종도 등에서 영업하는 사설업체들은 60∼80곳으로 추정된다. 한 사설업체는 1000대 주차할 수 있는 거대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인천 중구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논·밭과 임야를 주차장으로 불법전용해 사용한 25곳을 적발해 원상복구를 명령했다.

인천공항 주변이 사설 주차대행 업체들의 거대한 주차장으로 전락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용유도의 한 주민은 “사설업체에 공터를 빌려주고 월 40만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구는 “사설업체들이 운영하는 곳은 노외주차장으로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에는 사설업체들이 차량을 무단 사용하거나 차량을 파손하고 부당요금을 징수했다는 여행객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2001년 인천공항 개항 때부터 영업을 시작한 사설업체들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 가격과 편의성 때문이다.

사설업체들은 공항공사가 선정한 공식업체와 달리 주차대행료 2만원을 받지 않는다. 주차료도 인천공항이 하루 9000원인 반면 사설업체는 그보다 1000~2000원 싸다. 장기주차 땐 추가 할인에 세차도 해준다. 공식업체는 차량을 단기주차장 1층에서 인수인계하기 때문에 출국장까지 이동해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사설업체는 3층 출국장에서 맡기고 곧바로 탑승수속을 할 수 있게 한다.

인천공항공사는 “사설업체들이 남의 영업장에서 불법영업을 한다”며 강력한 단속을 벌이고 있다. 지난 9월까지 사설업체의 불법영업행위 제지·퇴거 명령만 1만807건이다. 경찰도 범칙금(1회 8만원·2회 16만원·3회 형사입건) 36건을 부과했다. 경찰은 특히 사설업체들이 허위 보험 가입 광고를 하거나, 야외에 주차하면서 인천공항 인근 오피스텔 등 실내 주차장 사진을 올려 허위 홍보한 5곳을 압수수색해 사기 혐의로 입건했다. 또 20여 곳의 자료를 확보, 수사 중이다.

인천공항 한 관계자는 “공항공사가 공익성보다 수익성에 치중해 주차대행료를 높게 받아 사설업체가 계속 영업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인천공항공사는 주차료로 836억원, 주차대행료로 9억41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글·사진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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