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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통신One]'고사리손' 노동 막기 위해 100년간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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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ILO) 100주년 기념행사

창립 당시 목표였던 '아동 노동 근절' 여전히 과제

[편집자주]정통 민영 뉴스통신사 뉴스1이 세계 구석구석의 모습을 현장감 넘치게 전달하기 위해 해외통신원 코너를 새롭게 기획했습니다. [통신One]은 기존 뉴스1 국제부의 정통한 해외뉴스 분석에 더해 미국과 유럽 등 각국에 포진한 해외 통신원의 '살맛'나는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현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 현지 매체에서 다룬 좋은 기사 소개, 현지 한인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슈 등을 다양한 형식의 글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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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ILO) <김지아 통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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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뉴스1) 김지아 통신원 =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9년 10월2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유엔 산하 국제 노동기구(ILO)가 설립되고 역사적인 첫 총회가 열렸다. 회의는 한 달에 걸쳐 이어졌다.

이날 평화와 사회정의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국제사회 일원이 지켜나가야 할 6개의 협약이 채택되었다. 그 중에서 특히 2가지 항목, 제5항 노동 최저연령 협약과 제6항 어린 노동자의 야간노동 협약은 아동 노동을 규제하는 것이었다. 아동노동 근절은 ILO가 가장 중점을 두고 추구해온 목표 중 하나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ILO 본부에서는 100년만에 처음으로 대중에게 내부를 개방하는 행사가 열렸다. 보안 심사를 거쳐 ILO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길게 뻗은 파란 카펫 위에 '1919'부터 '2019'까지 모든 연도가 빠짐없이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카펫이 깔린 길 양쪽에는 ILO의 역사적 주요 장면들을 담은 포스터가 전시되어있다. 방문자들은 100개의 숫자 위를 걸으며 은유적으로 ILO의 100년을 체험한다.

카펫 위의 1973년을 지나다 보면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자기 머리 만한 벽돌을 10개쯤 쌓아 머리 위에 이고 있는 사진이 있다. 그리고 노동을 할 수 있는 가장 어린 나이에 대한 내용이 함께 소개되어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1973년 채택된 제138호 최저연령협약이다. 이 협약은 취업의 최저 연령이 의무교육 종료 연령 미만이어서는 안 되며, 어떤 경우에도 15세 미만이 취업을 할 수 없도록 한다.

1999년에는 제182호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협약'이 채택되었다. 18세 미만의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이 협약은 비준 국가들에 아동에 대한 가혹 노동을 막기 위한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라는 압력의 가했다.

이 2가지 협약은 ILO의 회원국이 되려면 비준해야 하는 핵심협약에 포함된다.한국은 제138호 협약을 1999년, 제182호 협약은 2001년 각각 비준을 완료했다.

하지만 법적 제도적 노력에도 아동노동 철폐는 지금도 여전히 ILO의 주요 현안 이다. 이번 100주년 기념 행사에서도 아동노동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가장 크게 드러났다.

방문자들은 가상현실(VR) 체험 기기를 쓰고 있는 아프리카 가나의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아이들은 일당 2달러를 받기 위해 하루 종일 금광에서 비참하게 일했다. 광산의 다이너마이트가 터지는 순간 안전장치가 없어 피하지 못한 사람이 찢겨 죽는 현장이 그들의 일터였다.

안전과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가장 가혹한 형태의 노동을 하는 아동을 ‘아동노예’라고 부른다. ILO는 기금을 마련하고 금광 관리 프로젝트를 실행해 아이들을 노동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애썼다. VR 기기 속에서 가나의 어린이들은 ILO 덕분에 학교를 다니고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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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100주년 기념행사<김지아 통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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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체험 공간 옆에는 성인이 허리를 직각으로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좁은 터널 하나가 설치 되었다. 거기엔 성인이 들기에도 꽤 무거운 자루들이 준비되었다. 그 자루를 들고 터널을 통과하는 체험을 통해 육체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노동이 어떤 것인지 직접 느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어린이들이 이 체험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고통을 공감하기 위한 장치임이 분명한데 무거운 자루를 끌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아이들의 표정이 밝다. 놀이와 노동의 차이를 대변하듯 VR 속에 등장했던 가나의 어린이들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ILO는 2002년에 6월12일을 '아동 노동 반대의 날'로 지정했다. 해마다 이 날이 되면 다양한 국제 행사를 통해 아동 노동 문제를 알리고 각국 정부를 설득하고 기업과 단체를 상대로 캠페인을 벌인다. 그러나 여전히 전 세계에 1억5800만명의 어린이가 아동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올해 6월에는100주년을 기념해 '아동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한 100년간의 활동'(Tackling child labour: 100 years of action)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 책은 아동 노동 근절 노력의 역사, 특히 ILO가 수행한 지난 100년의 여정을 앞으로의 목표와 함께 소개한다. ILO는 2025년까지 모든 형태의 아동 노동에 대한 신속하고 완전한 종식을 이루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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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100주년 기념행사장에서 아동 노동을 체험해보고 있는 어린이들.<김지아 통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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