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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최초로 시내 50㎞로 달린 자율주행 버스… 안정성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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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세종에서 열린 시승행사… 최고 시속 50㎞까지 주행

아직은 '초보운전' 단계로 잦은 급정거… 다른 차량의 규칙 미준수도 문제

"기술이 많이 발전됐다" vs "불안하다. 위험한 순간에 자율주행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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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뗐지만 정상적으로 자율주행으로 차량이 달리는 모습. (제공=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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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횡단보도에서 갑자기 나타난 노인을 발견한 버스가 급정차했다. 운전자는 태연히 전방을 주시했다.브레이크를 밟은 건 차량에 내장된 컴퓨터였다.


29일 오후 세종시 어진동 일대에서 열린 자율주행버스 시연 현장은 스스로 운전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모인 시승객들의 호기심이 엿보였다. 이날 시승 차량은 '레벨3' 수준 쏠라티 15인승. 레벨3는 대부분 상황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고, 일부 특별한 상황에서 제어권 전환을 통해 운전자의 수동 운전이 필요한 수준이다. 레벨3 수준의 버스 자율주행은 이전에도 경기 판교 실증단지에서 버스 자율주행이 시속 25㎞의 제한적 속도로 이뤄진 적은 있지만 이번 시연처럼 일반도로의 제한속도(시속 50㎞)를 지키며 일반 차량과 혼재돼 주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20여분간 정부세종청사 일대를 자율주행버스를 타고 돌아본 소감은 아직 '초보운전' 단계 같았다. 정차가 급격히 이뤄졌고, 좌회전 대기를 위해 2개 차선을 한번에 이동할 때는 거칠게 옮겨지는 느낌이었다. 주행 중간에 갑작스레 차량이 멈추기도 했다. 우회전을 하는 과정에서 반대 차선의 승용차가 정지선 앞까지 진입해 정차한 탓이다. 자율주행차는 철저하게 교통 규칙을 준수하면서 위험을 감지하도록 설계되면서 정지선을 넘어선 차량을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멈춘 것이다. 자율주행으로 계획된 구간에서도 일반 차량들이 교통규칙을 지키지 않아 오히려 운전자가 직접 조작하는 경우가 잦았다.


이창기 국토교통부 첨단자동차기술과장은 "회전 교차로의 경우 규칙이 미준수되는 대표적 구간이어서 해당 구간은 처음부터 수동 운전으로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강경표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도 "시속 50㎞ 구간에서 정속 주행을 하다보니 과속하는 차량들이 뒤에서 클랙션을 울리는 경우가 잦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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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한시속 50㎞ 도로에서 시속 44㎞까지 속도를 높인 자율주행 버스. (사진=이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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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다른 주행에는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예약한 승ㆍ하차 지점에 정확히 차량이 멈췄고, 직선도로에서 시속 50㎞ 제한속도에 맞춘 고속주행도 일반버스와 비슷한 승차감을 줬다.


일반 시승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준구(39, 세종)씨는 "급정거가 조금 있었지만 이 정도면 기술이 많이 발전된 것 같다"며 "곧 기술이 실제로 도입될 수 있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반면 자율주행에 관심이 있어 서울에서 세종까지 내려왔다는 강준석(29)씨는 "불안했다"고 전했다. 강씨는 "이 정도라면 오히려 상용화가 이미 이뤄진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기술이 더 유용할 것"이라며 "오히려 위험한 순간에 자율주행이 이뤄져야 진정한 자율주행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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