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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여자라 만나준다'는 말에 상처받지 마라"…알릴레오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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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보르드 프랑스 여성언론인협회 설립자

중앙일보

프랑수아즈 라보르드가 2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강연하고 있다. [한국여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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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있는 여성에 대한 질투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나온 "A기자(여성 기자)를 좋아하는 검사들이 많아서 (수사 관련 내용을) 술술 흘렸다"는 발언에 대한 프랑스 여성언론인협회장의 의견이다. 프랑수아즈 라보르드 협회장은 24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여기자협회와의 간담회에 나와 "(여성 기자들이)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라보르드는 이날 간담회에서 “국내(한국)에선 취재원들이 여성 기자를 ‘여성이기 때문에’ 만나준단 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영향력 있는 유튜브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라보르드는 “남자들이 실제로 그런 말을 믿어서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 능력 있는 여기자에 대한 질투에서 비롯된 말”이라며 “기자라면 특종을 쓰는 게 당연한 거다. 남성 기자들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보를 얻으려고 하면서, 여성이 취재하는 것에 대해서만 뭐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여기자를 약하게 만드는 게 그들의 목적이기 때문에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라보르드는 "남들이 뭐라고 말하는지보다는 내가 특종을 썼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남들에게 칭찬받는 실력 없는 여기자가 되든지, 상처를 견디면서 실력 있는 여기자가 되든지. 갈림길에 선다면 나는 당연히 실력 있는 기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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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즈 라보르드(가운데)가 2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여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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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보르드는 24~25일 열리는 '2019 KPF(한국언론진흥재단) 저널리즘 콘퍼런스'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했다. 라보르드는 콘퍼런스에서 ‘젠더와 다양성’ 강연을 맡았다.

1979년부터 언론인으로 활동해 온 라보르드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여성 앵커이자 대중적인 여성 운동가다. 2009년부터 6년간 프랑스 시청각최고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10권이 넘는 여성 관련 서적을 저술했고, 2011년엔 PFDM(Pour Les Femmes Dans Les Media, 여성언론인협회)를 창립했다.

PFDM은 방송 직군 위주로 70명 정도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해마다 소설 부문, 기사 부문, 귀감이 되는 롤모델로 행동한 사람에게 주는 상 등 세가지 부문 시상식을 연다.

라보르드는 이날 간담회에서 “프랑스는 아직 성 평등한 사회가 아니다”며 말문을 열었다. 라보르드는 “언론학 전공생 성비를 보면 여성이 더 많은데, 실제 화면에서 볼 수 있는 언론인 중 여성은 30% 수준”이라며 “PFDM을 설립한 계기도, TV나 라디오에 나오는 여성이 많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라보르드는 “미투 운동이 전개된 이후, 변화를 위해 많은 활동을 했다. 회사 내 성차별 소지가 있는 행동이 있었다면 무엇이 부적절한지 여성 임원이 청취하고 조치를 취하는 식이다"며 "사후 징계보다는 예방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비 언론인이나 신입 언론인들을 위한 멘토링 활동도 한다.

라보르드는 “PFDM은 누군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모욕감 주기보단, 좋은 행동을 한 사람이 주목을 받도록 한다”며 “긍정적 사례를 통해 변화를 도모하려 한다”고 말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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