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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3년 누명 옥살이' 피해자 면전서 경찰영사 "사과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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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걸 울산동부경찰서장 "무죄 아닌 증거불충분" 궤변…여야 공히 질타

이른바 '멕시코판 <집으로 가는 길> 사건'으로 알려진 양현정 씨 사건에 대해, 당시 멕시코대사관 경찰영사로 있었던 이임걸 현 울산동부경찰서장이 "사과할 생각이 없다", "영사 조력이 충분했다"고 잘라 말해 여야 의원들의 공분을 샀다.

이 서장은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이 "본인이 생각하기에 양 씨에 대한 영사 조력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데 대해 "통상의 영사 조력보다는 훨씬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양 씨는 지난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대상 국정감사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멕시코 경찰에 체포됐을 당시 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이 당시 영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그를 "살인자"라고 비난했다.

양 씨는 자신이 당시 멕시코 감옥에서 인권 침해로 고통받고 있었으나, 이 영사는 자신을 면회한 자리에서 "스페인어 배워서 좋지요" 따위의 농담을 하며 멕시코 사법기관 직원들과 웃었다고 주장했다.

양 씨는 지난 2016년 1월 여동생의 약혼자가 운영하는 멕시코시티의 한 노래방에서 인신매매 및 성매매 강요 등 혐의로 체포돼 3년 2개월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으나, 올해 3월 멕시코 법원으로부터 최종 무혐의 판결을 받고 귀국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이 서장에게 총 2차례 "영사 조력이 충분한 정도로 이뤄졌다고 판단하느냐"고 물었고, 이 서장은 질문자의 예상과 달리 2차례 모두 "네 그렇다"라고 답변했다. 이 서장은 김 의원이 "최선을 다했지만 충분하지는 않았던 것 아니냐"고 다시 물은 데 대해서도 "충분치 않은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 서장의 개인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당시 증인이 영사업무 관련 총책임을 맡고 있었다"며 "그런 측면에서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그 업무에 있어서 정부를 대표하는 관점에서 공직자로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이 서장의 답은 "동의할 수 없다"였다. 김 의원은 질의 도중 '하' 하고 한 차례 한숨을 쉬었다.

김 의원은 포기하지 않고 "대사관, 정부의 시스템, 제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그 부분에 있어서 총책임자이니 공직자로서 사과할 부분이 있다고 보인다"고 재차 지적했다.이 서장의 답은 이번에도 "동의할 수 없다"였다.

김 의원은 지난 2016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미주반 현장 국정감사 당시 이 서장이 증인으로 나와 "표현이 신중치 못했다", "사과할 생각이 있다"고 말하는 영상을 틀기도 했다. 그러나 이 서장은 이에 대해 "당시에는 사과하겠다고 했는데, 업주 측(양 씨의 여동생과 약혼자) 잘못으로 구속 기간이 연장된 측면이 있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이 서장 대신 민갑룡 경찰서장이 유감 표명에 나섰다. 민 청장은 "국민 입장에서 보면 국가,공직자가 해야 될 책무에 대해 부족함이 있었다고 보인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께 정부의 일원으로서 겸손하게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이 서장을 에둘러 질책하고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재외국민 보호 시스템 보강 방안을 관계 부처가 모여서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서장의 입장은 직속상관인 민 청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이 서장은 이후 질의 순서에서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 "피해자 앞에서 사과할 생각 없느냐"고 묻자 "없다"고 잘라 말했다. 피해자 양 씨는 이날 국정감사 증인,참고인은 아니었으나 방청석에서 감사를 참관하고 있었다.

이 의원이 "피해자(양 씨)가 무죄석방된 것은 아느냐"고 묻자, 이 서장은 "무죄가 아니고 증거 불충분"이라는 상식 밖의 답을 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게 무죄이지 않느냐"며 "심각한 분이다. 경찰서장 자격이 없다"고 질타했다.

우리 헌법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27조)라고 정하고 있고, 형사소송법은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해야 하고,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307조)하며 만약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325조)"라고 정하고 있다.

이 서장은 이 사건으로 지난 2017년 4월경찰로부터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작년 8월 "이 전 영사가 영사 업무를 태만히 했다"며 "(이로 인해) 양 씨의 구속이 장기화됐다"면서 징계가 정당하다는 취지의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프레시안

▲이임걸 울산동부경찰서장이 24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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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곽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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