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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설왕설래] 액상형 전자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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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지난달 초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를 즐기던 10대 청년의 폐 상태가 70대 노인과 비슷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었다. 미 일리노이주에 사는 18세 남성 애덤 헤르겐리더는 1년여 동안 망고 맛 전자담배를 피워오다 호흡곤란과 메스꺼움, 구토에 시달려 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이 남성의 폐 상태가 70세 노인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깜짝 놀란 미 보건당국은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했다. 이어 호주와 뉴질랜드, 캐나다, 한국 등도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 자제를 권고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폐 손상 환자가 1479명이며 이 중 33명이 숨졌다. 환자의 80%가량이 35세 이하의 젊은이였다. 국내에서도 30대 남성에게서 중증 폐 손상 의심사례가 발견됐다. 전자담배는 담뱃잎이 든 스틱을 전자장치에 꽂아 고열로 찌는 궐련형과 담뱃잎에서 추출한 니코틴 용액을 끓여서 수증기로 흡입하는 액상형 두 종류가 있다. 액상형은 아직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충분히 검증된 바 없어 더 위험하다고 한다. 다만 미 하버드대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액상형에 가미되는 향료가 사람의 폐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향료에 쓰이는 화학물질이 인체로 들어가는 먼지입자 등을 막아주는 기도의 섬모에 나쁜 영향을 줘 폐질환을 야기한다는 설명이다.

미국 전자담배시장 1위 업체 줄 랩시의 ‘줄’이 지난 5월 국내에 상륙했다. 세련된 디자인 덕에 ‘전자담배계의 아이폰’이라 불린 줄은 미국에서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청소년들 사이에서 줄을 피운다는 뜻의 ‘줄링(Juuling)’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타르 등 유해물질이 적고 냄새도 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주택가 골목이나 학원가 주변에서 줄을 피우는 청소년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잘나가던 액상형 전자담배가 이제 된서리를 맞게 됐다. 보건복지부가 어제 유해성 검증이 완료되기까지 사용 중단을 강력히 권고했다. 특히 청소년은 즉각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담배는 종류에 상관없이 개인과 가정, 사회를 멍들게 하는 질병임에 틀림없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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