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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무차별 포식자 악어거북, 광주호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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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물리면 손가락 절단도, 공격성 강해…기르다 방류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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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민물 거북으로, 공격성이 강하고 만나는 동물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 악명 높은 외래종 악어거북이 광주광역시 광주호 인근 하천에서 발견됐다. 악어거북이 야생에서 발견된 것은 2011년 경북 구미에 이어 두 번째다.

이 거북은 세계적 멸종위기종으로 국제 거래가 엄격히 통제되지만, 거북 동호인 사이에 애완용으로 널리 사육되고 있어 야생 방류로 인한 생태계 교란이 우려됐다.

거북을 발견한 주민 김준석(57) 씨는 “13일 오전 무등산 원효 계곡에서 광주호로 흐르는 풍암천을 관찰하던 중 큰 솥뚜껑만 한 거북이 수심 1m쯤 되는 보의 물속에 웅크리고 있었다”며 “깜짝 놀라 자세히 보니, 큰 입을 쩍 벌린 채 지렁이 모양의 혀끝을 앞뒤로 흔드는 특이한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발견 지점은 광주호에서 풍암천을 따라 1.5㎞쯤 거슬러 오른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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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유역환경청 자연해설사인 김 씨는 “무등산 국립공원 경계지역인 이곳 하천에 서식하는 토종 거북인 남생이와 반딧불이의 먹이인 다슬기를 지속해서 관찰하던 참”이라며 “아이들이 물릴까 걱정돼 포획해 보관하다 국립공원 당국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외래생물에 관한 국가 연구사업을 진행 중인 구교성 전남대 연구교수팀이 현장에서 인계받아 계측한 결과 이 거북은 등딱지 길이 31㎝, 무게 7.6㎏으로, 10살 이상으로 성숙한 악어거북 수컷으로 밝혀졌다. 구 교수는 “개인이 기르다 호수에 내버린 거북이 하천을 따라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토종 생물을 포식할 것이기 때문에 생태계 교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 자체가 매우 포악하고 공격성이 강해 사람이 모르고 접근했다 공격당할 가능성도 크다”며 “2011년 구미에 이어 두 번째 야생 발견이지만, 전적으로 물속에서 생활하는 습성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많은 개체가 생태계에 유입되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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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거북과 함께 늑대거북 과에 속하는 악어거북은 세계에서 가장 큰 민물 거북으로 수족관에서 113㎏까지 자란 기록이 있다. 야생에서 45㎏ 무게가 흔하며, 큰 개체는 등딱지 길이 80㎝, 무게 80㎏이 나간다.

미국 남서부 습지 고유종인 이 거북은 머리가 크고, 등딱지에 삼각뿔이 3열로 융기해 악어나 공룡의 원시적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늪이나 정체된 물속에 숨어 입을 벌린 채 혀끝의 지렁이처럼 생긴 부속지를 흔들어 물고기를 유인해 사냥하는 습성이 있다.

이처럼 은밀하게 행동하고, 산란기 암컷을 빼고는 물속에서만 생활하기 때문에 큰 덩치에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황갈색 등에는 조류가 자라기도 하기 때문에 바위와 구분하기 힘들다. 무는 힘이 강하고 날카로운 부리가 달려, 인명피해는 아니라도 잘못 만지다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가 보고되어 있기도 하다.

악어거북은 물고기가 주 먹이이지만 동물 사체를 포함해 무엇이든 먹어치우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다슬기, 개구리는 물론 뱀, 가재, 물새, 수초, 거북 등이 주요 먹이이다. 그러나 물가를 찾는 뉴트리아, 사향쥐, 다람쥐, 쥐, 라쿤, 아르마딜로와 작은 엘리게이터(악어의 일종)도 잡아먹는 것으로 미국에서 보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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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악어거북과 늑대거북은 생김새가 독특하고 알에서 깬 직후에는 작고 귀여워 애완용 동물로 인기가 높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악어거북이 2006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 사이테스)의 부속서 Ⅲ에 등재돼 국외 반출이 금지되기 전까지 아시아와 유럽에 대량으로 수출됐다.

처음에 작고 귀엽던 악어거북과 늑대거북은 빠르게 성장하면서 점점 기르기 힘들어진다. 동호인들 가운데도 “많이 먹고 많이 배설하며 수시로 탈피하기 때문에 물 관리가 어렵다. 게다가 수명도 40∼50년으로 길어 기르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악어거북이 이런 이유로 자연에 풀려나간 사례는 일본, 중국, 타이, 독일, 체코, 헝가리 등에서 보고된 바 있다. 일본에서는 여러 지역에서 방류한 악어거북이 발견돼 이 종을 ‘요주의 외래생물’로 지정했다. 도쿄 우에노의 한 연못에서는 산란 중인 암컷 악어거북이 포획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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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태원도 2014년 생태계 위해성이 큰 외래종 조사사업의 하나로 악어거북과 늑대거북의 전국조사를 벌였다. 이 조사에서 늑대거북은 경기도 화성시와 충남 예산군의 농수로 인근에서 각각 1마리가 발견됐지만, 악어거북은 찾지 못했다.

국립생태원은 조사보고서에서 “늑대거북과 악어거북은 자연으로 유기될 가능성이 매우 크며, 그럴 경우 국내 자연에 정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자연 유기를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교성 교수는 “개인이 사육을 불가피하게 포기할 때 처리할 방법이 없는 게 문제”라며 “사육자에 대한 충분한 사전교육은 물론 사육을 포기할 때 동물원, 전시시설 등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해 무분별한 방류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악어거북의 수입이 엄격하게 규제돼 있어도 국내에서 증식한 개체가 대량으로 팔리는 것도 문제다. 포털에 ‘악어거북 분양’을 검색하면 수십 개의 분양광고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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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멸종위기종은 야생동물법에 따라 직접 수입을 하지 않고 국내에서 증식해 팔거나 주고받더라도 부모 개체의 입수 경위를 증명하고, 받는 사람은 기를 등록된 시설을 갖추고 멸종위기종 보호에 충분한지 증명해야 한다. 정선희 한강유역환경청 주무관은 “멸종위기종을 기르다 이사를 하더라도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많은 악어거북 애호가가 과연 이런 까다로운 규정을 모두 지키는지는 의문이다. 구 교수는 “너무 많은 외래생물이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이 무분별하게 거래(특히 개인 거래)되고 있다”며 “심지어 인위적으로 무늬와 색을 선별한 종간 교배를 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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