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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대진연-평화이음, 주요 활동·인물 겹쳐...박원순 시장은 행사 축하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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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美대사관저 침입’ 대진연 본격 수사
대진연 "‘평화이음’과 관계없다…부당한 공안탄압" 반발
대진연·평화이음 교류 빈번…대진연 대표 평화이음서 활동
서울市 "평화이음, 산하 단체 아니다…재정지원도 없어"
朴시장, 대진연·평화이음 행사 축사…"공모전 취지가 좋아서"

경찰이 23일 주한미국대사관저를 무단 침입한 ‘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의 사전 공모 의혹 등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경찰은 전날 대진연 회원들이 사무실로 사용한 진보단체 ‘평화이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23일 서울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평화이음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두 박스 분량의 문서와 컴퓨터, 전자기기 등을 압수했다. 현재 디지털 포렌식(증거분석)을 진행해 미 대사관저 점거 시위를 사전에 공모한 혐의 등을 규명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사관저 월담을 시도한 회원들은 포렌식 분석이 끝나는 대로 검찰에 송치(送致)할 예정"이라며 "평화이음에 혐의를 두고 수사 중인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조선일보

지난 22일 오후, 경찰이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대학생진보연합 관련 평화이음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경찰이 압수물을 차량에 싣고 있다. /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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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연과 평화이음 측은 이날 "부당한 압수수색이자 공안탄압"이라고 반발했다. 대진연 등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서울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무리한 압수수색을 통해 주권 수호와 국익 수호를 위해 싸운 대학생의 순수한 애국 실천을 그 무슨 배후가 있는 것처럼 매도하고 조작하고 있다"며 "평화이음은 부당하게 압수수색을 당했고, 대진연은 공안탄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8일 대사관저를 무단침입한 17명과 침입을 시도한 2명 등 대진연 회원 19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한 뒤 9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이 중 7명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고, 4명이 구속됐다.

◇대진연, "점거 시위와 평화이음은 무관"…경찰 "대진연 주소지가 평화이음"
경찰은 대진연 주소지로 평화이음 사무실이 등록돼 있다는 사실 등을 토대로 전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평화이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평화이음은 2016년부터 통일과 남북교류 관련 지원 활동을 해왔다. 2017년 9월 서울시에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했고, 같은 해 12월 8일 정식 출범했다. ‘통일인재 육성프로젝트 통일을 논(論)하라!’ ‘2030 청년들과 함께하는 통일 토크’ ‘평화통일 사진전’ 등의 사업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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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경찰이 서울 성동구 평화이음 사무실을 평화이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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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연은 그러나 미 대사관저 침입 시위와 평화이음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본지 취재 결과 평화이음과 대진연은 그동안 교류가 빈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대진연과 그 산하의 ‘꽃물결 실천단' ‘백두수호대’ 등은 평화이음 사무실에서 김정은 방남 관련 행사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최근 대진연이 산하에 조직한 ‘황교안 구속실천단, 대환장파티’도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오전부터 학생들과 (평화이음) 사무실을 빌려서 조회를 진행했는데요. 갑자기 경찰이 들어오더니 압수수색을 하네요"라고 썼다.

대진연 소속 회원들도 평화이음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대진연 상임대표 김모(30)씨는 지난해 평화이음 산하 ‘대학생 평화이음’ 회장이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에 협박성 택배 등을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대진연 운영위원장 유모(36)씨도 평화이음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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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참여한 ‘백두칭송위원회’ 소속 회원 30여 명이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권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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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인물 겹치는 ‘대진연-평화이음-국민주권연대’
이른바 ‘종북콘서트’ 논란이 있었던 황선(45)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평화이음에서 공동이사를 맡고 있다. 황씨는 대진연 행사에도 참여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방문 환영 행진’ 현장에 나타난 황씨는 "어린 학생들이 기특하다"고 했다. 대진연 회원들이 지난 18일 서울 중구 주한미국대사관저에 무단 침입해 기습 시위를 벌인 다음날에는 관련 기사와 함께 ‘선을 넘는 청춘들'이란 자작시를 올리기도 했다.

황씨의 남편 윤기진(43)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국민주권연대도 대진연과 집회, 행사를 수차례 진행했다. 1999년 한총련 7기 의장 출신인 윤씨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한 방문을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대진연과 함께 ‘백두칭송위원회'를 결성했다.

평화이음은 지난 21일 대진연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미국의 강도적인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규탄한 대학생을 석방하라"면서 "우리나라를 자신들의 속국처럼 여기며 강도적 요구를 들이미는 외세를 규탄한 학생들의 행동은 정의롭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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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3시쯤 친북 단체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이 서울 중구 정동 주한 미국대사관저 담장에 사다리를 대고 관저 안으로 넘어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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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평화이음, 산하 단체 아니다"…박원순 시장은 ‘축하 영상’
그동안 평화이음은 행사나 공모전 등 포스터에 스스로를 ‘서울시 산하 비영리민간단체’로 소개해왔다. 이날 평화이음은 홈페이지의 소개 인사말에도 ‘서울시 산하 비영리민간단체 ‘평화이음’은 남북자주교류 시대의 주인공을 발굴하고 통일 시대를 주인답게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쓰여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평화이음은 ‘서울시 산하 단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지난 22일 입장자료를 내고 "평화이음은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처리 됐을 뿐, 산하단체가 아니며 서울시는 보조금 등을 지원한 실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평화이음 측에 ‘서울시 산하’라는 문구를 정정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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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이음이 홈페이지에 ‘서울시 산하 비영리민간단체'라고 소개한 인사말. /평화이음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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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평화이음 행사에 축하인사를 보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평화이음은 지난해 7월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4·27 남북정상회담 기념 감상작 공모전 시상식 및 발표회’를 개최했다. 박 시장은 당시 축하 영상을 통해 "여러분의 다양한 작품을 통해 우리의 벅찬 기억이 여러 사람에게 전해지고 통일을 위한 희망의 씨앗이 되길 바란다"며 "소중한 자리 마련해주신 평화이음, 함께 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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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평화이음이 주최한 ‘4·27 남북정상회담 기념 감상작 공모전 시상식 및 발표회’ 행사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보낸 축하인사.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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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이음 측은 박 시장의 축하 영상이 포함된 47분 분량의 시상식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놓았다. 당시 행사를 맡은 사회자는 이 행사가 평화이음과 대진연 등이 공동주최했고, 서울시 등이 공동 주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와 전혀 관련 없는 행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박 시장의 축사에 대해서는 "공모전 취지가 좋다고 판단돼 축사를 보냈다"고 해명했다.

대진연 회원들은 지난 18일 사다리를 이용, 서울 중구 주한미국대사관저 담장을 넘어 진입해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에 반대하는 기습 시위를 벌였다. 현재 공동주거 침입과 침입 미수 혐의 등으로 19명이 입건됐고, 이 중 4명이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권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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