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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경기하강기 재정 역할 커…“정책조합, 구조개혁 등 수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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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재정연구원·소득주도성장특위 공동 토론회

2017년 이후 미국 등 주요국 모두 재정정책 강조해

단기적 경기부양과 중장기 생산성 향상 역할 맡아

뉴노멀 시대 들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감소

“완화적 통화정책과 정책조합, 구조개혁 병행해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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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하강 기조가 지속되는 구조전환기를 맞아 세계 주요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재정정책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확장 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23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구조전환기, 재정정책의 역할과 방향’에서 기조 발제에 나선 윤성주 조세연 연구위원은 “최근 주요국들이 세계경제 성장률의 둔화 및 경기하강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을 고려한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며 “주요국의 재정정책은 성장률 제고, 경기부양, 복지와 사회안전망 확충 등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밝혔다.

윤 연구위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의 재정정책은 확장과 긴축을 반복하다 2017년 이후 재정정책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선언문 등에 담긴 재정정책에 대한 논의 진행을 보면, 2008~2009년 확장적 재정정책, 2010~2012년 재정건전성 강조, 2013~2015년 탄력적 재정운용을 거쳐, 2017년 이후 다시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되돌아왔다는 것이다. 논문의 설명대로 각국의 재정정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뒤이은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 등 경제 파고를 헤쳐나가기 위해 그 방향타를 정반대로 돌려왔던 게 사실이다.

윤 연구위원은 2017년 이후 재정정책이 재조명을 받게 된 배경은 다름 아닌 통화(금융)정책의 퇴조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미 연준과 유럽중앙은행의 무차별적인 ‘양적완화’와 일본의 ‘세 개의 화살’ 등 통화정책에 기반한 경기부양책이 최근 실물 경제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으며, 오히려 각국에 금융자산시장에 불안정성을 키웠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 미국은 1조달러 규모의 민관 협력 인프라 투자에 향후 10년간 2천억달러 상당의 연방정부 재정을 투입할 예정이며, 일본 역시 중요 인프라 긴급 점검을 근거로 2018년부터 3년간 7조엔 수준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논문은 밝혔다. 또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도 사회 통합을 위한 복지와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한다. 인프라 투자, 연구개발, 사회안전망 등에 재원을 투입해, 단기적으로 경기를 방어하고 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꾀하는 공통적인 재정 전략을 보인다는 진단이다.

윤 연구위원은 세계경제 성장률 둔화와 경기하강 기조에 맞서기 위해 단기적인 경기부양과 중장기적인 사회안전망 확충 등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통화정책 등과의 정책조합과 구조개혁이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고 짚었다. 윤 연구위원은 논문에서 “안정적 금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 기대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재정정책과 더불어 구조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일본 사례에서 보듯 구조개혁이 수반되지 않은 재정정책의 확대는 높은 수준의 국가부채만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류덕현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확장적 재정정책이 실제 경제 성장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분석한 결과, 정부 소비가 1조원 증가할 경우 실질 국내총생산은 0.18조원 정도 상승하는 것(재정승수 0.18)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재정 투입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이어 류 교수는 미국 정부의 데이터를 활용해 확장적 재정정책이 완화적 통화정책과 조율될 때 국내총생산 증가를 충분히 끌어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류 교수는 “2019년과 2020년 대내외 경제 환경 악화로 경기 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경기 부양을 할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SOC) 등 투자를 확대하고, 혁신 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재정 투자를 해야 한다”며 “향후 추가적으로 증가하는 지출 부문은 재정승수가 높은 경제 분야에 재원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는 “재정승수가 1보다 낮더라도 팽창기 자원을 당겨서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국민 경제 전반의) 후생을 개선시킬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며 “일자리 지원의 경우 생성된 일자리가 오래 유지될 것으로 기대될 때 소비에 나서 큰 부양효과를 누릴 수 있으므로 일자리 유지 기간을 늘리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2020년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을 9.3%로 높게 설정한 것은 재정 기능의 정상화와 경기 대응 측면에서 적절하다”며 “다만 경기 상황이 극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이 지나치게 빠르게 악화하지 않도록 증세 등 세입 기반 확충을 위한 노력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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