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10시 11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조국 전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57)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찰이 조 전 장관 일가 의혹 수사에 착수한 지 57일 만이다.
흰색 블라우스에 회색 정장을 입고 뿔테 안경을 쓴 정씨는 ‘국민 앞에 서셨는데 심경 한 말씀 부탁드린다’는 질문에 짧은 한 마디를 남겼다. ‘(딸의) 표창장 위조 혐의를 인정하느냐’ ‘검찰의 수사가 강압적이라고 생각하느냐’ 등의 질문에 별 다른 답변을 하지 않고 곧장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서관 321호 법정으로 향했다. 차량에서 내려 짧은 한 마디를 남기기까지 불과 26초가 걸렸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각종 의혹에 대해 상세히 소명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씨가 23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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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는 전날 오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때문에 이날 오전 일찍부터 서울중앙지법에는 취재진이 몰렸다. 전날 일부 언론사에 외출하는 정씨의 ‘측면’ 모습이 포착된 것 외에는 정씨의 얼굴이 공개된 적이 없어서다. 정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 사진은 특종 중의 특종"이라고 하기도 했다. 정씨는 앞서 7차례 검찰에 출석하는 동안 언론에 노출된 적이 없다.
법원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통제선을 설치하고 곳곳에 방호원을 배치했다. 법원 관계자는 "(정씨가) 만약에 혹시라도 휠체어로 오실 경우 (법정으로 가기 위해) 승강기를 탈텐데, 따라가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21일 정씨에 대해 11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정씨가 허위 발급된 표창장, 인턴활동 증명서 등을 통해 자녀의 부정 입학을 주도하고, 구속기소된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6)씨와 더불어 사모펀드를 통한 불법 투자에 관여해 수익을 빼돌렸다고 본다. 정씨는 이 같은 범행을 감추기 위해 자산관리인에게 증거인멸을 교사하고, 펀드 투자가 합법인 것처럼 가장한 서류를 꾸며 낸 혐의도 받는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씨가 23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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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측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직후 "검찰의 영장 범죄사실은 모두 오해"라며 "법원에서 해명하겠다"고 했다. 반면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물증과 진술 등을 토대로 범죄 혐의를 충분히 소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영장실질심사에서는 정씨의 건강 상태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정씨는 지난 3일부터 17일까지 7차례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몇 차례 "몸이 아프다"며 조사 중단을 요청했고, 최근엔 뇌종양·뇌경색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정씨 측으로부터 그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받아 엄밀하게 검증한 뒤 영장을 청구했다"고 했다. 그의 건강이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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