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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속보] 김정은 "기분 나쁜 금강산 남측시설 싹 들어내야…南 의존 정책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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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의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북한 노동신문이 전했다. 북한이 올해 초 ‘개성·금강산의 조건 없는 재개’ 의지를 내비쳤던 것과 달리 말이 아예 달라진 셈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금강산관광시설을 현지 지도하며 "금강산관광을 남측과 함께 진행한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고 23일 보도했다.

조선일보

지난 16일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사진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서 김여정(왼쪽)·조용원(오른쪽) 노동당 제1부부장과 함께 말을 타고 있다./연합뉴스·조선중앙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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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금강산이 10여년간 방치돼 흠이 남았다"며 "땅이 아깝다,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금강산이 마치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북남관계의 상징, 축도처럼 되어 있고 북남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훌륭히 꾸려진 금강산에 남녘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지만 우리의 명산인 금강산에 대한 관광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대해 우리 사람들이 공통된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1998년 6월 통일소 500마리를 이끌고 북한을 방문해 금강산관광을 이뤄냈다. 하지만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으로 중단됐고, 북한이 사과나 재발 방지 약속을 하지 않아 재개되지 못했다. 북한이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도발을 일으키자 이명박 정부는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 경협 중단'을 골자로 한 5·24 대북 제재를 가동했다. 개성공단의 경우 2016년 1·2월 북한이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박근혜 정부가 대북 제재 차원에서 가동을 중단했다. 이후 5건의 고강도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들이 이어지며 북한과의 모든 경협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현대그룹에서 남북경제협력사업을 전담하는 현대아산은 관광 중단 이후에도 한동안 금강산에 머물면서 시설을 관리했다. 하지만 관광 중단이 예상보다 장기화하자 결국 2011년 8월 완전히 철수했다. 현대아산은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릴 때 행사 진행을 위해 방북하면 시설이 어떤 상태인지만 확인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금강산관광이 재개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실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개성·금강산의 조건 없는 재개’를 표명했다. 이에 남북 간엔 모든 문제가 해결됐고, 이제 미국 등 국제사회를 설득해 두 사업의 재개를 가로막고 있는 제재 완화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얘기로 풀이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1월 10일 신년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에 대해 "북한의 조건 없고 대가 없는 재개 의지를 매우 환영한다"며 "이로써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위해 북한과 사이에 풀어야 할 과제는 해결된 셈"이라고 말한 바 있다.

[허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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