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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대 가장 센 사람 잡는다'던 특수부···文 기억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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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안 공포, 4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전 대통령, 대기업 총수, 국정원장 …

누구도 특수부 칼날 못 피해가

‘강골’ 명예로 삼고 도제식 노하우

성과 내려 표적수사 논란도 빚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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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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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이명박‧이재용‧정몽구‧김우중…”

특수부 검사들 손에 구속된 전직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이다. 대법원장‧장관‧국가정보원장까지 더하면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거악척결(巨惡剔抉)을 목표로 권력형 비리와 천문학적 액수가 오가는 경제사건 수사의 선봉에 서 온 검찰 특별수사부가 4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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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특수부의 주요 사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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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 이래 최대 사기’부터 …전‧현직 대통령, 기업총수 줄줄이



1973년 대검찰청에 만들어진 특수부는 올해로 출범 46년째를 맞았다. 이듬해인 74년엔 서울지검과 부산지검에도 특수부가 설치됐다. 대검 특수부는 전두환 정권 출범 직후인 81년 4월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로 확대 개편됐다. 당시 대검 중수부가 수사한 장영자‧이철희 부부의 6404억원대 어음 사기사건은 '단군 이래 최대규모의 금융사기'로 회자된다. 대통령의 처삼촌을 형부로, 국회의원과 중앙정보부 차장을 지낸 이철희씨를 남편으로 둔 장씨는 정치권력을 등에 업고 사기를 저질렀다. 이 사건으로 장씨 부부를 포함한 32명이 구속됐다. 금융실명제 도입 논의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정의 실마리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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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자씨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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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를 이끌었던 대통령과 그 가족들도 특수부의 칼날을 피해갈 순 없었다. 2017년에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다스 사건과 국정농단 사건으로 특수부 검사의 손에 의해 철창 신세를 졌다.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였다.

1995년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은닉 의혹 수사를 통해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반란수괴·내란수괴·내란모의참여 등의 혐의로 전 전 대통령을 함께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1997년 중수부는 기업으로부터 수십억 원에 이르는 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씨를 구속했다. 2002년에는 기업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업씨와 김홍걸씨가 한 달새 줄줄이 구속됐다. 당시 이명재 검찰총장은 취임사에서 “진정한 무사는 추운 겨울날 얼어 죽을지언정 곁불을 쬐지 않는다”는 밝히기도 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 총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현 CJ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이호진 태광산업 회장, 김우중 대우 회장 등 재벌기업 총수들은 횡령이나 배임, 분식회계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거나 구속됐었다.

그러다 보니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대통령, 재벌 등 시대의 가장 힘센 자들과 맞서 싸운다는 나름의 자부심과 정체성이 뚜렷하다. 좌고우면하지 않는 강골 기질을 명예로 삼는다. 도제식으로 노하우를 전수받다 보니 선후배 사이의 의리도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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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2019 국정감사에 출석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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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댓글 수사의 외압 논란이 불거지자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밝힌 윤석열(59·사법연수원23기) 검찰총장은 다른 일화로도 유명하다. 2006년 의정부지검 소속으로 대검 중수부 파견근무를 하면서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수사를 하던 윤 총장은 정상명 당시 검찰총장을 찾아가 “정 회장을 법대로 구속해야 한다”며 보고서와 사직서를 내민 것이다.



文 “문어발식 수사, 흠집내기 수사, 표적수사, 강압수사”



특수부는 강한 만큼 그늘도 짙다. 2011년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펴낸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이렇게 썼다.

"대검 중수부는 일단 사건을 맡은 이상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문어발식 수사, 흠집내기 수사, 표적수사, 강압수사, 유죄 협상 등을 자행한다. 모두 사라져야 할 구시대적 수사 행태다. 대검 중수부는 폐지돼야 한다."

책이 나오기 2년 전인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검 중수부의 수사를 받던 중 유명을 달리했다. 표적·과잉수사가 비판의 대상이 됐고, 이는 중수부 폐지의 단초가 됐다.

문 대통령은 같은 시기 쓴 『운명』에서도 대검 중수부 폐지에 대해 “시기를 놓치니 다음 계기를 잡지 못했다”며 “아쉬운 대목”이라고 썼다. 중수부, 즉 특수부 폐지가 ‘검찰 개혁의 매우 중요한 목표’라는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이에 대해 한 특수통 출신 변호사는 “특수부는 힘이 세다”며 “힘이 센 만큼 반작용도 그만큼 강하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인식은 특수부 폐지 등을 필두로 한 검찰개혁안을 추진하는 방아쇠가 됐다.

대검 중수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반부패부로 이름이 바뀌면서 직접수사 기능이 폐지됐지만 서울중앙지검 등의 특수부는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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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15일 출간된 '문재인의 운명'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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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검찰 앞장서서 개혁 주체" 한 달 만에 특수부 폐지



이러한 문 대통령의 인식은 특수부 폐지 등을 필두로 한 검찰개혁안을 추진하는 방아쇠가 됐다.

특수부 폐지는 문 대통령이 직접 지난달 30일 윤 총장에게 검찰개혁을 지시한 뒤 약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숨가쁘게 추진됐다. 이튿날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 등 검찰청 3곳을 제외하고, 전국 모든 검찰청에 설치된 특수부를 폐지할 것을 지시했다.

조 전 장관도 지난 14일 사퇴 발표 3시간 전에 특수부 폐지를 포함한 검찰개혁안을 발표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은 바로 다음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됐고, 지난 22일부터 공포·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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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특수부의 역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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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부X 반부패수사부O



이제 우리나라 18개 지방검찰청 중 7개 지검에만 설치되어 있던 특수부는 서울중앙지검·대구·광주지검 딱 3곳만 남게 되고, 이름도 반부패수사부로 바뀐다. 반부패수사부의 담당 업무는 ▶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 ▶중요 기업 범죄 ▶전자에 준하는 중요범죄로 한정된다. 기존 ‘검사장이 지정하는 사건 수사’에서 범위를 대폭 좁힌 것이다. 인천·수원·대전·부산 4개 검찰청 특수부는 형사부로 바뀐다. 다만 각 검찰청 특수부에서 수사 중이던 사건은 바뀐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등 기존 수사는 이어진다는 뜻이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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