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경보기 먼저 KADIZ 진입, 폭격기 2대·호위 전투기 들어와
한반도 3면 바다 헤집고 태안쪽까지 갔다가 다시 울릉도쪽 나가
日 JADIZ 구역도 비행… 러 국방부는 "정례 훈련" 재도발 예고
TU-95는 한반도를 둘러싸듯 비행하며 동해는 물론 남해와 서해 KADIZ에서 무단 비행을 이어갔다. 충남 태안 서쪽까지 비행한 TU-95는 낮 12시 58분에 KADIZ를 이탈했다가 40여분 뒤 이어도 서쪽 KADIZ로 다시 무단 진입했다. 이후 왔던 경로를 거슬러 비행한 TU-95는 마중 나온 SU-27 2대와 울릉도 북동방에서 합류한 뒤 오후 3시 13분에 KADIZ를 최종 이탈했다. 5시간 50분 동안 KADIZ를 자기네 안방처럼 드나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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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일본해(동해)와 서해, 동중국해의 중립수역 상공에서 정례 비행을 했다"며 "국제 규범을 철저히 준수했다"고 밝혔다. 이날 훈련을 정당화하며 '정례 훈련'이란 명목으로 앞으로도 비슷한 도발을 되풀이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이날 KADIZ에 무단 진입한 군용기들은 러시아가 실전에서 사용하는 주력 기종들이다. A-50 조기경보기는 지난 7월 독도 영공을 침범했던 군용기로 미국의 E-3 센트리, 한국의 E-737 피스아이와 같은 역할을 한다. 반경 470㎞ 이내의 항공기 등 각종 목표물 수백 개를 추적·감시할 수 있다.
TU-95 '베어' 전략폭격기는 1950년대 개발된 구형이지만 항속거리가 1만5000㎞에 달한다. 지금도 동아시아와 북유럽, 알래스카 등 장거리 초계에 활용되는 이 전략폭격기는 핵폭탄인 Kh-102를 비롯해 다양한 폭탄·미사일을 탑재한다. 최신형 Kh-101 순항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2500~5000㎞에 이른다. 최대 무장 탑재량은 15t가량이다.
SU-27은 러시아 공군의 주력 전투기로 길이 14m, 최대 속도 마하 2.35(음속의 2.35배)다. 전투 행동반경은 1340㎞에 달하며 각종 폭탄·미사일을 최대 8t가량 탑재할 수 있다. 다만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투입된 전투기가 SU-35라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SU-35는 SU-27의 개량형으로 외견상 흡사해 착오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군은 이날 러시아의 무단 진입에 F-15K와 KF-16 등 전투기 10여 대를 동원해 대응에 나섰다. 우리 측 전투기들은 경고 통신을 하며 러시아 군용기의 KADIZ 이탈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군용기는 이날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에도 여러 차례 무단 진입했다. 이 때문에 항공자위대 소속 전투기들도 여러 대가 긴급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이번 러시아의 'KADIZ 유린'이 치밀한 사전 훈련 계획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조기경보기를 먼저 투입해 우리 군의 동향을 파악하고, 이후 전략폭격기에 호위용 전투기까지 붙였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지난 7월 영공 침입 도발 당시 우리 군이 경고사격을 하니 이번엔 아예 호위 전투기를 대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러시아 전략폭격기가 서해까지 비행한 것도 이례적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동해 KADIZ에 주로 무단 진입해왔지만, 한반도를 에워싸듯 비행하는 형태는 많지 않았다. 군에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선언 이후 한·미·일 삼각 공조가 흔들리는 조짐이 보이자 러시아가 시험적 도발을 하는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군 당국은 러시아가 23일 한·러 합동군사위원회를 하루 앞두고 이 같은 도발에 나선 배경을 분석 중이다.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합동군사위에서는 방공식별구역을 비행하는 항공기에 대한 비행 정보 교환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논의할 예정이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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