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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北 김명길, 비건 얘기 흘려듣다… 준비해온 문서 꺼내 읽고 "협상 결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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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훈련 등 美 비난하는 내용

北 협상 결렬 2주 지나도록 조용

한국은 北 태도 변화만 기다려

미·북 협상의 북측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 5일 스톡홀름 실무 협상에서 비핵화 방안에 대한 미국의 상세한 설명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 막판에 대미(對美) 비난 문구로 점철된 문건을 낭독한 뒤 협상 결렬을 선언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처음부터 북한은 진지한 협상에 관심이 없었고 협상을 결렬시키기 위해 스톡홀름에 온 것 같았다"고 했다.

미측 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협상 당시 작년 싱가포르 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의 이행, 완전한 비핵화와 새로운 관계 수립 방안을 상세히 설명하고 북한의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시간은 총 6시간 30분으로 대부분을 비건 대표가 썼다고 한다. 김명길은 미측이 제시한 각종 방안에 거의 무응답으로 듣기만 하다가 막판에 준비한 문건을 꺼낸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은 김명길이 이날 협상 결렬 직후 스톡홀름 주재 북 대사관에서 발표한 성명과 거의 같은 내용으로 알려졌다. 김 대사는 성명에서 "미국은 그동안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법, 창발적인 해결책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하였으나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미 연합 훈련, 한국 내 미국의 무기 등을 거론하며 "(북한의) 발전권과 생존권을 위협한다" "이런 장애물들이 모두 제거돼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 먼저 북한의 요구를 모두 이행하지 않으면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은 아예 논의하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협상 당시 비건 대표는 김명길이 밝힌 이 같은 입장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비건 대표가 공개적으로 스톡홀름 협상에 대해 '좋은 논의'를 했다고 밝혔지만 속으론 북한의 일방적인 태도에 막막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분간 미국은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볼 방침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스톡홀름 결렬 직후 '2주 내 다시 협상하자'는 스웨덴의 제안을 수락했지만 북한은 2주가 지난 지금까지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도 현재로선 협상 재개를 위해 실질적으로 동원할 외교적 수단이 마땅치 않아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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