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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간 공장 74차례 단속… '공무원 갑질'에 배상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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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안양시, 주민 민원에 업체 압박… 위자료 등 2000만원 줘라"]

이전 요구 잇따르자 단속 착수

배출물질 조사했지만 무해 판정… 성과 없자 태스크포스까지 구성, 불법주차·청소여부 등 별건 단속

법원 "권한 남용, 사업자 권리침해"

안양시가 주민의 민원이 있었다는 이유로 지역 공장에 대해 70여 차례 단속에 나섰다가 법원에서 손해배상과 위자료를 물어주라는 판결을 받았다. 행정기관이 단속권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수단이 부적절하거나 권한이 남용될 경우 위법하다는 것이다. 법원이 '공무원 갑질'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7부(재판장 임정엽)는 경기도 안양시에서 재생 아스콘 공장을 운영하는 김모씨가 안양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안양시는 김씨에게 손해배상 1000만원,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 1000만원 등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법원이 관청의 단속에 대해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까지 물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단속이 무리했고, 이는 사실상 갑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씨는 1984년부터 안양시 만안구에서 재생 아스콘 공장을 운영해왔다. 2001년 공장에서 80m 떨어진 곳에 아파트가 들어섰고, 아파트 주민들은 2017년부터 "공장을 이전시켜달라"는 탄원서를 안양시에 제출하기 시작했다. 오염 물질이 배출돼 악취가 나고 집값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해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공장의 배출 물질(벤조피렌)을 두 차례에 걸쳐 조사했는데 각각 환경부가 공시한 기준의 0.0316%, 0.0058%에 불과한 양이 검출됐다. 사실상 인체 건강에 무해한 수준이라는 결과였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시위와 민원이 계속되자 이필운 당시 안양시장은 작년 초 시청 12개과 소속 공무원 41명으로 이뤄진 '공장 이전 태스크포스'를 별도로 구성했다. 2018년 3월 12일부터 4월 5일까지 4주 동안 74차례에 걸쳐 공장에 단속을 나갔다. 거의 매일 단속이 이뤄졌다. 환경보전과, 하천관리과, 청소행정과, 대중교통과, 건설과, 건축과 등 하루에 시청 7개과 공무원들이 팀을 짜고 각기 단속을 나가는 날도 있었다.

김씨 측 변호인인 법무법인 동인의 이동국 변호사는 본지 통화에서 "다수의 아파트 주민들 표를 의식해 안양시가 재산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일방적으로 무리를 한 것"이라며 "안양시청과 의회 안팎에서 '임기 내에 무조건 공장을 이전시키겠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공장을 망하게 하겠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을 정도"라고 했다. 이 소송과 별개로 김씨가 안양시를 상대로 공장 재가동을 하게 해달라고 낸 행정소송에서 안양시 만안구를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안양시를 옹호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안양시는 단속에 성과가 없자 공장 차량의 불법 주차, 화물 차량 과적, 골재 야적, 도로변 청소 여부 등에 대한 밤샘 단속을 벌이기도 했다. 사실상 '별건 단속'이었다. 이렇게 해서 실제 적발한 사례는 '폐수 배출 시설 운영 일지 미기록' '불법 주차' 등 10건에 불과했다.

안양시는 드론에 카메라를 달아 공장 주변에 띄우고 무인 감시를 벌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측이 "과도한 단속으로 영업에 지장을 받는다"는 항의를 하자 안양시는 "무인 감시여서 영업 방해는 상대적으로 덜한 것 아니냐"는 반론을 폈다고 한다.

재판부는 "안양시의 단속 목적은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이전하도록 압박하는 것으로 김씨의 권리를 과다하게 침해했다"며 "단속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이 모두 인정되지 않아 위법하다"고 밝혔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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