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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황교안 민부론' 공격한 與문건, 작성ID는 기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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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그래프·도표, 기재부 스타일

해당 ID 서기관 "내 아이디 맞지만 왜 내가 작성자로 돼있는지 몰라"

野반박 논리까지 與에 제공했다면 공무원의 정치 중립 위반에 해당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민부론(民富論)'을 반박한 자료를 기획재정부가 만들었다는 의혹이 22일 제기됐다. '민부론'은 황 대표가 내놨던 경제정책이다. 한국당은 "민주당이 여당 지위를 남용해 정부에 자료 생산을 하청했다"며 "기재부도 헌법상의 삼권분립 원칙을 어기고 정치에 개입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한국당 김광림·추경호 의원에 따르면, 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지난 1일 발표한 '자유한국당 민부론 팩트체크' 문건 원본 파일의 '최초 작성자'에는 기재부 A 서기관의 아이디가 명시돼 있었다. A 서기관은 현재 대(對)국회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내가 사용하는 아이디는 맞지만 왜 민주당 문건의 최초 작성자로 나와 있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선 기재부에서 작성한 문서 파일이 민주당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제 기재부 종합 정책과는 한국당 민부론을 분석한 바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2일 국정감사에서 "민부론에 대해 직원을 시켜 하나하나 분석했다"고 했고, 이 분석 내용을 민주당에 전달한 것도 사실이라고 기재부는 밝혔다. 다만 기재부는 "기본적인 수치 오류만 검증했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민부론 팩트체크' 문서에는 작성 주체가 기재부로 의심되는 대목이 많다고 한국당은 주장했다.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을 옹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문장이나 'OECD 국가 투자·성장 증가율' '글로벌 산업생산·교역·제조업 PMI 추이' 등 그래프와 도표 등이 모두 똑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문건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속도를 완화하겠다는 한국당 주장을 반박하며, '현장 실태와 기업 준비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해 최종적인 대응 방향을 점검해 나가겠음' '(탄력근로제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으나 8개월간 계류돼 있는 만큼 조속한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는 문장이 있다. 현장 점검이나 법안 제출 주체는 정부라는 점에서 문건 작성자는 민주당이 아니라 정부라는 것이 야당 주장이다.

문건은 또 대기업과 협력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나누는 '협력이익공유제'를 철폐하겠다는 한국당 주장을 반박하면서 "시범사업 시행 등 추진 과정에서 현장 목소리를 수렴하여 지속 보완 계획"이라고 했다. 이 역시 정부 입장에서 쓴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가 통계오류 단순검증에 그치지 않고 야당의 경제정책에 대한 '반박 논리'까지 작성해 민주당에 전달했다면, 국가공무원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국가공무원법 65조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기재부 1차관을 지낸 바 있는 추경호 의원은 "이 문건엔 기재부가 기초 데이터만 제공했다고 보기엔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 수두룩하다. 기재부의 관여 정도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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