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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러 군용기 6대의 무력 시위···한반도 3면 다 헤집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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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폭격기,전투기,조기경보기 편대 비행

한국 방공식별구역 인정 못한다 무력 시위

전략폭격기, 조기경보기, 전투기로 구성된 러시아 군용기 6대가 22일 5시간 50분 동안 동·서·남해 상공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헤집고 다녔다.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한 지 91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양국 간 합동군사위원회 개최를 하루 앞두고 러시아가 군용기를 무더기로 보내 한반도 3면을 다 건드린 것은 한국의 KADIZ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무력시위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A-50 조기경보기 1대가 이날 오전 9시 23분 울릉도 북방에 나타나며 KADIZ 헤집기가 시작했다. A-50은 이후 10시 13분까지 KADIZ를 들어왔다 벗어났다 하며 비행했다.

이후인 오전 10시 41분엔 전략폭격기인 TU-95 2대, 전투기인 SU-27 1대가 무리를 지어 울릉도 북방에서 KADIZ에 무단 진입해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지나갔다. 이중 SU-27은 홀로 떨어져 나와 울릉도 동방에서 북상한 뒤 11시 9분 KADIZ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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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와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를 무단 진입한 러시아의 장거리 전략 폭격기 TU-95. [사진제공=일본 방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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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TU-95 2대는 KADIZ를 넘나들며 동해, 남해, 서해를 훑었다. 이들 TU-95 편대는 11시 10분 포항 동방으로 내려갔다가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으로 비행하더니 11시 58분 제주도 남방에서 KADIZ에 재진입해 제주도와 이어도 사이를 지나 서해로 북상했다. 12시 58분 태안 인근 서해까지 올라갔다가 서쪽으로 기수를 틀더니 다시 남하해 오후 1시 40분 이어도 서쪽에서 KADIZ에 다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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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군용기 6대 KADIZ 진입.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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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95 2대는 오후 3시 1분엔 울릉도 동북방 KADIZ에서 SU-27 2대를 만났다. 이들 SU-27 2대는 울릉도 북방에서 KADIZ 안으로 진입해 TU-95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합류한 SU-27 2대와 TU-95 2대는 오후 3시 13분에야 울릉도 동북방 KADIZ를 벗어났다. 동·서·남해 KADIZ 헤집기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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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A-50 조기경보기 모습.[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 제공자료 캡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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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 관계자는 “22일 4차례를 포함해 올해 러시아 군용기의 KADIZ 진입은 총 20회”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러시아 군용기의 KADIZ 진입 즉시 F-15K, KF-16 등 10여 대의 공군 전투기를 긴급 투입했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이 경고통신을 시도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일본 항공자위대도 JADIZ 진입 때 전투기를 출격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 항공기가 진입하기 전 사전 통보하는 게 국제 관례다. 합참 관계자는 “사전에 러시아 측의 통보가 없었다”며 “하지만 한국 영공을 침범하진 않아 감시비행과 경고통신 외에 다른 전술조치는 취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군 내부에선 러시아 군용기의 이날 KADIZ 진입을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모두 3종류, 총 6대에 달하는 군용기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러시아 군용기가 KADIZ를 진입한 건 지난 8월 8일이었는데 당시엔 초계기 TU-142 2대만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22일 러시아 군용기의 KADIZ 진입은 양국 합동군사위원회가 열리기 전날 벌어졌다. 23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에선 핫라인 설치 등이 논의된다. KADIZ 무단진입이나 영공 침범을 막기 위해 추진된 방안이다. 이때문에 이날 KADIZ 무더기 진입은 사실상 한국 정부를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김규철 전 주러시아 대사관 무관(예비역 육군 대령)은 “방공식별구역이 없는 러시아는 타국의 방공식별구역 역시 인정하지 않는다”며 “러시아가 양국 군사 회의 전날 KADIZ에 진입한 건 ‘우리의 비행은 정상적인 정찰 또는 훈련 비행이니 문제삼지 말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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